26년 평교사, 정읍고 공모 교장에 첫 발탁

  • 입력 2006년 11월 2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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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교장 자격증도 없는 26년 평교사가 몸담아온 학교의 교장에 올랐다.

주인공은 전북 정읍고등학교에서 공통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소찬영 교사(52).

26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소 교사는 개방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정읍고의 교장 공모에 지원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사와 도교육청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장으로 선출돼 내년 2월부터 4년 임기의 교장을 맡는다.

예체능계 학교 등 일부 자율학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나 CEO형 교장 등을 선임한 적은 있지만 평교사에서 곧바로 교장직에 오른 건 소 교사가 처음이다.

정읍고는 전인교육을 실현하고 고교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교육인적자원부가 2010년까지 시범 운영하는 4개 개방형 자율학교중 하나로 지난 10월 선정됐다.

교장에 발탁된 소 교사는 공주사대를 졸업한 뒤 교직을 시작했던 1981년 이후 26년간 줄곧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만을 고집해왔다.

정읍고에서 처음 교직을 맡았다가 전라고, 정읍고, 전주고를 거쳐 다시 '모교'로 돌아와 정읍고에만 13년째 근무 중이다.

독일어를 전공해 처음엔 독일어를 가르치다가 수요가 줄어들자 부전공인 공통사회 과목을 맡아왔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바른 것을 가르칠 때 시간가는 줄을 몰랐고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것이 소교사가 교감·교장 등 행정직으로 나가지 않고 줄곧 교단교사를 고집해온 이유다.

그는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많은 보람을 갖고 있지만 교단 교사로서 한계를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며 교장 공모에 지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교장에 선출됐다는 소식을 들을 뒤에도 그는 "아직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부담스런 일을 한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든다"며 "학생들의 전인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소 교사는 "학생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교사들의 동력을 모아 구술을 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율학교가 대부분 입시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바른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며 "전인교육은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이 어깨를 나란히 해야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진학이라는 인문계고의 정체성과 인성교육을 접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끝으로 "지금 교장 선생님도 교장직에 공모했으나 학교발전을 위해 후배인 저에게 학교를 맡아달라며 힘든 용단을 내려주셨다"며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읍고는 2007학년도 자율학교 신입생으로 5개 학급 150명을 뽑을 계획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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