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생명 나누면서 군생활 마무리해 기뻐”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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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켜 기쁠 뿐입니다.”

전역을 며칠 앞둔 육군 병장이 생면부지의 중학생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인공은 육군 53사단 해운대연대 소속 김재만(22) 병장.

김 병장은 입대 전인 2004년 10월 한국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골수 기증자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다음 달 입대한 김 병장은 올해 9월 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골수 기증 조건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골수 기증 조건이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

골수 채취는 뼈에서 추출하던 예전 방식에서 최근에는 혈액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기증자의 고통은 많이 줄었으나 4일간 입원해 조혈모세포 성장인자 주사를 맞은 뒤 이틀 동안 골수를 채취해야 한다.

김 병장은 골수 기증 날짜가 전역휴가 기간이어서 따로 휴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로 군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골수 기증을 결심했다.

김 병장은 9월 골수 기증 유전자 적합 여부 검사 결과 ‘적합하다’는 최종 통보를 받고 건강진단을 거쳐 이달 초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중학생을 위해 골수 채취를 끝내고 현재는 서울의 집에서 휴식 중이다. 그는 16일 전역한다.

김 병장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때 내가 배운 소중한 가치들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오히려 감사할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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