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전문가에 듣는다]고야마 긴지 日국제문제硏객원연구원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재단법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군축·불확산촉진센터 고야마 긴지(小山謹二) 객원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의 진상을 알려면 현지 사찰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현지 사찰을 가능케 해 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가 중요하다고 호소한다.

칠순의 나이에도 군축·불확산촉진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오카야마(岡山)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1960년부터 일본원자력연구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 1982년부터 4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국 감시사찰 데이터평가그룹 리더를 맡았고, 1991년부터 6년간 IAEA 상설감시자문위원회 일본대표로 일하기도 했다.

―군축·불확산촉진센터는 어떤 기관인가.

“CTBT가 발효되면 일본의 공식 창구가 될 예정으로 10여 년 전 설립됐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CTBT기관준비위원회의 일본사무국 역할을 한다. CTBT가 구축 중인 국제감시망에 의해 핵실험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우리가 판단해 외무성에 보고한다.”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으로 1993년에 채택됐다. 150여 개국이 서명했으나 비준국은 51개국에 불과해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비준하지 않았고, 파키스탄 인도 이란 북한은 서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CTBT 기관준비위원회는 2009년을 목표로 세계 전역에 321곳의 관측센터를 정비하고 있다.

―CTBT가 이번 북한 핵실험은 조사하지 않았나.

“CTBT가 국제감시망을 가동해 내놓은 REB(Reviewed Event Bulletine)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리히터 규모 4.1로 나타났다. 이 밖에 추정 폭발지의 위도와 경도가 한국에 통보됐을 것이다.”

―핵실험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심증만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정보가 너무 적어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 한국 측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다. 지진파 측정은 감쇠율(거리가 멀어지면서 지진 에너지가 약해지는 비율)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리 나온다. 실험지의 지반이 딱딱한가 아니면 부드러운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또 큰 공동(空洞·CAVITY) 속에서 실험하면 폭발 흡수율이 커져 지진파는 10분의 1 이하로도 줄어든다.”

―그럼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가.

“유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것은 폭발이 있었다는 것 정도다.”

―폭약 폭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반대로 정교한 소형 핵폭탄을 실험했다는 설도 있고….

“폭약 폭발은 수백 t을 운반해야 할뿐더러 그 정도 지진파가 발생하려면 그 폭약을 동시에 폭발시켜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고 ‘핵폭발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소형 핵폭탄을 실험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관계 확인의 단초는….

“한국이나 일본이 빨리 방사능 물질을 포착해 크립톤이건 제논이건 발견하지 않으면 어렵다. 바람 방향에 따라 일본보다 한국이 더 포착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또 러시아가 거리상으로 가까우니 지진파를 비롯해 더 정확한 데이터를 가졌을 수도 있다. 다만 과거 미국이나 옛 소련에서 완전 봉쇄(밀폐)에 성공해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었던 핵실험도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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