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브라질 여권·시민권 국내 '횡행'

  • 입력 2006년 9월 29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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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3년간 호주에서 살다 지난해 3월 귀국한 김모(41·영어학원 원장)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 씨는 아들을 외국인 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었지만 입학자격이 해외체류기간 5년 이상이어서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이 때 평소 알고 지내던 반모(37) 씨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여권을 위조해 외국인 학교에 보내라는 것. 김 씨는 지난해 6월 반 씨에게 800만 원을 주고 아들 명의로 된 브라질 국적의 위조 여권을 만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해외이민 알선업체 대표 반 씨와 이 회사 감사 이모(66) 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위조 여권을 부탁한 김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브라질 현지 브로커 차모(44) 씨 등 5명을 수배했다.

반 씨와 이 씨는 2004년 6월부터 최근까지 9명에게 브라질 위조 여권을 만들어주고 1억4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유학생 2명은 군대에 가지 않을 목적으로 5000만 원을 주고 반 씨에게 여권 위조를 부탁했으나 반 씨가 붙잡혀 돈만 날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반 씨가 여권을 위조해준다는 소문은 방글라데시까지 났다. 방글라데시 인 2명은 2004년 10월 반 씨에게 건네받은 브라질 위조여권을 들고 취업을 위해 이탈리아로 갔다가 공항 입국 심사과정에서 브라질에서 쓰는 포르투갈어를 한마디도 못해 여권 위조가 들통 나기도 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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