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불기둥서 불덩어리 뚝… 뚝…

  • 입력 2006년 9월 27일 02시 55분


고압선 “퍽”… 과천 - 의왕 일대 대낮 날벼락26일 오후 경기 과천시와 의왕시의 경계지역인 청계산 부근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거대한 연기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화재는 과천시와 의왕시 지역 고압선로 여러 곳이 불에 타 끊어지며 이 일대의 비닐하우스와 주택 산 등에서 한꺼번에 발생했다. 과천=연합뉴스
고압선 “퍽”… 과천 - 의왕 일대 대낮 날벼락
26일 오후 경기 과천시와 의왕시의 경계지역인 청계산 부근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거대한 연기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화재는 과천시와 의왕시 지역 고압선로 여러 곳이 불에 타 끊어지며 이 일대의 비닐하우스와 주택 산 등에서 한꺼번에 발생했다. 과천=연합뉴스
지붕에 고압선 ‘쾅’26일 오후 경기 과천시 문원동 과천변전소 주변의 한 주택에 끊어진 고압선이 떨어져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지붕에 고압선 ‘쾅’
26일 오후 경기 과천시 문원동 과천변전소 주변의 한 주택에 끊어진 고압선이 떨어져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경기 의왕시와 과천시를 잇는 고압 송전선로 여러 곳이 끊어지면서 불이 나 청계산을 중심으로 산과 민가, 화훼농원 등 2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났다.

불이 붙은 고압선이 민가를 덮쳤지만 집에 있던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해 사망자는 없었다.

▽불붙은 고압 송전선로=26일 오후 2시 15분경 의왕시 포일동 상수도사업소 내 청계정수장 배출수 처리시설 공사장 위를 지나던 154kV(15만4000V)의 고압 송전선로에서 불꽃이 처음 일었다.

최재순(43) 씨 등 목격자들은 “작업하던 크레인 위를 지나는 고압선에서 불꽃이 일더니 20여 m 떨어져 있던 서울구치소와 성남시 방향으로 무섭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꽃이 튀던 송전선은 곧 뚝뚝 끊어지더니, 12개의 고압선 중 6개가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스팔트는 고압전류를 이기지 못하고 직경 5cm 크기의 구멍이 파였다. 구치소 정문 옆 나무는 번개를 맞은 것처럼 시꺼먼 재로 변했다.

▽100m까지 솟은 화염=불꽃은 순식간에 수백 m씩 번져갔고, 산 곳곳에서 100여 m가 넘는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았다. 의왕에서 시작한 불은 송전선로를 따라 5분여 만에 산을 넘어 과천시 문원동 참마을 부근 과천변전소 일대까지 번졌다.

고압선이 끊어져 내리면서 주택 4채도 덮쳤다.

집에 있던 김영하(60·문원동) 씨는 “집 천장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일어섰다”며 “순간 천장에선 연기가 났고 TV, 컴퓨터, 밥솥 등이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콘센트마다 폭발하며 불길이 일었다”며 “소화기가 없었다면 집이 모두 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구치소는 고압선이 떨어지면서 배전시설 역시 불이 붙어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구치소는 전산망이 고장 나 이날 면회가 중단되고, 식당 가동도 안돼 저녁은 건빵으로 대체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 밖에 포일동 일대 화훼농원 비닐하우스 19개동과 주택 2채가 불에 탔고 의왕과 과천, 안양 일대 8000여 가구가 한때 정전됐으나 곧바로 전기공급이 재개됐다. 포일동 화훼농원 직원 2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화재는 사고발생 3시간 만에 진화됐다.

▽크레인이 사고원인인 듯=경찰은 일단 청계정수장에서 공사를 하던 크레인이 고압선을 건드리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크레인은 25t, 높이 30m로 청계정수장을 지나는 고압선(25m)보다 높다.

한전 수원전력관리처 측은 “고압선은 절연 피복이 없어 큰 물체가 닿는 것은 물론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고장전류(과전류)가 발생해 불꽃이 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 서모(50) 씨와 한전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 씨는 경찰에서 “크레인으로 고압선을 건드리지 않았고, 고압선에서 불꽃이 일고 있어서 서둘러 대피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의왕=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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