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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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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붙은 고압선이 민가를 덮쳤지만 집에 있던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해 사망자는 없었다.
▽불붙은 고압 송전선로=26일 오후 2시 15분경 의왕시 포일동 상수도사업소 내 청계정수장 배출수 처리시설 공사장 위를 지나던 154kV(15만4000V)의 고압 송전선로에서 불꽃이 처음 일었다.
최재순(43) 씨 등 목격자들은 “작업하던 크레인 위를 지나는 고압선에서 불꽃이 일더니 20여 m 떨어져 있던 서울구치소와 성남시 방향으로 무섭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꽃이 튀던 송전선은 곧 뚝뚝 끊어지더니, 12개의 고압선 중 6개가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스팔트는 고압전류를 이기지 못하고 직경 5cm 크기의 구멍이 파였다. 구치소 정문 옆 나무는 번개를 맞은 것처럼 시꺼먼 재로 변했다.
고압선이 끊어져 내리면서 주택 4채도 덮쳤다.
집에 있던 김영하(60·문원동) 씨는 “집 천장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일어섰다”며 “순간 천장에선 연기가 났고 TV, 컴퓨터, 밥솥 등이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콘센트마다 폭발하며 불길이 일었다”며 “소화기가 없었다면 집이 모두 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포일동 일대 화훼농원 비닐하우스 19개동과 주택 2채가 불에 탔고 의왕과 과천, 안양 일대 8000여 가구가 한때 정전됐으나 곧바로 전기공급이 재개됐다. 포일동 화훼농원 직원 2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화재는 사고발생 3시간 만에 진화됐다.
▽크레인이 사고원인인 듯=경찰은 일단 청계정수장에서 공사를 하던 크레인이 고압선을 건드리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크레인은 25t, 높이 30m로 청계정수장을 지나는 고압선(25m)보다 높다.
한전 수원전력관리처 측은 “고압선은 절연 피복이 없어 큰 물체가 닿는 것은 물론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고장전류(과전류)가 발생해 불꽃이 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 서모(50) 씨와 한전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 씨는 경찰에서 “크레인으로 고압선을 건드리지 않았고, 고압선에서 불꽃이 일고 있어서 서둘러 대피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의왕=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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