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학원 국제중 철회’ 외압說 증폭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 설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영훈학원이 국제중 설립 인가 신청을 갑자기 철회한 배경을 놓고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

영훈학원과 서울시교육청 모두 자세한 속사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영훈학원 관계자들은 외압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말 못할 ‘압력’ 있었나=영훈학원은 지난달 31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국제중 설립 신청을 철회하기로 하고 1일 시교육청에 이를 통보했다. 이날 이사회는 전체 이사 8명 가운데 6명이 참석해 별다른 토의 없이 30∼40분 만에 끝났다.

학원 관계자들은 ‘국제중을 설립하려는 학원의 의지가 강했다’ ‘억울하다’ 등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시사했다.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은 2일 전화 통화에서 “내 입으로 청와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그냥 (국제중 문제가) 조용히 덮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원 학교 관계자는 3일 “김 이사장이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회장으로 개정 사립학교법 반대 운동을 하면서 밉보인 것 같다”며 “그래서 이 정권에서는 국제중을 세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훈학원의 한 이사는 “교육감은 의지를 갖고 하고 싶어 하는데 교육부 반대가 워낙 심하다. 그래서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영훈학원의 국제중 철회 문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무산돼 억울하다”=영훈학원은 영어몰입교육으로 특성화에 성공한 영훈초등학교의 교육 방식을 이어갈 중학교를 만들기 위해 4, 5년 전부터 국제중 설립을 준비해 왔다.

국제중 설립의 한 실무자는 “교사들이 밤샘을 해 가며 노력한 사업이 이렇게 끝나 참담하고 억울하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일부 학부모 단체의 반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훈학원이 ‘사회적 논란’ 때문에 철회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다른 차원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훈학원 관계자들은 국제중 설립을 일단 철회했지만 포기가 아니라 잠시 유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이번 정권이 끝나면 다시 설립 인가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은 2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국제중 설립 인가 철회 과정에 개입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학사모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