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하버드생물학도 된 ‘첼로신동’

  • 입력 2006년 8월 30일 07시 25분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과학도이자 첼리스트인 고봉인(21) 씨가 고향 전주에서 첫 독주회를 열었다.

29일 오후 8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고봉인과 떠나는 유럽 음악여행’에는 그의 초중학교 시절 앳된 모습을 기억하는 고향 사람들과 팬들이 가득 모였다.

관객들은 ‘천재 음악소년’에서 20대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한 그의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그는 베토벤의 ‘소나타 5번 D장조’,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19번 g단조’를 연주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시절 스승인 첼리스트 정명화는 “한국인은 슬프거나 열정적인 연주는 잘한다. 그러나 고봉인은 한국인에게 부족한 유머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전주서원초교 1학년 때 첼로를 시작한 그는 중학교 1학년인 1997년 제3회 차이콥스키 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첼로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러시아심포니,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을 했고 지난주에는 도쿄와 인천에서 정명훈과 협연했다.

전주 신흥중 3학년 때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교에 다니면서 동시에 베를린대 음대 과정을 마쳤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음악도 계속하고 싶고 아버지의 뒤를 이은 과학자의 길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고규영(49·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의대를 졸업한 뒤 혈관내피세포 재생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다.

결국 2004년 하버드대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하버드대에는 음대가 없지만 하버드 출신 음악가는 많다.

인문학 공부를 위해 하버드대를 택한 첼리스트 장한나와 의대 출신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가 그들이다.

고봉인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첼로 하나를 대여해 준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도 하버드대 출신이다.

오전 학과수업과 오후 실험실습을 마치고 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새벽까지 기숙사 지하 연습실에서 첼로 연습을 계속한다.

한 달에 한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연주회 일정도 빼곡하다.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음악원 조인트 프로그램에도 선발돼 대학 졸업 후 1년간 풀타임 레슨을 받으면 음악석사 학위도 받게 된다.

“고향에서 첫 독주회를 열게 돼 많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나를 키워 준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며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연주했습니다.”

그는 전주에 이어 3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9월 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열고 하버드대로 돌아간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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