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서울대 가는 길…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 방향

  • 입력 2006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2008학년도 이후 통합교과형 논술을 어떻게 출제할 것인지,일선 교육 현장의 불안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28일과 올해 6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예시문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1,2차 예시문항의 유형이 일부 다르고,답안의 분량이나 시험 시간 등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교과서로 배우는 理·知논술’(이지논술)은 2008학년도 서울대 논술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답변을 받았다.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한 질문에는 이창원(경기고·수학),최영재(분당 야탑고·국어),안광복(중동고·철학) 교사 등 일선 고교 교사와 논술전문 강사들이 참여했다.》

○ 1, 2차 예시문항 유형 같아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 논술 예시문항은 1차 예시문항(해당 분야와 과목별 문제)과 2차 예시문항(통합교과형 문제)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에 대해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1차 예시문항과 2차 예시문항은 여러 교과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사고하여 해결하는 문항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차 문항은 좀 더 많은 문항을 공개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발표하였을 뿐이며 새로운 유형을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1차 예시문항이 사회교과 중심이라는 일부의 의견이 있어 역사, 예술, 문학 등 모든 교과의 내용이 포함되는 문항을 예시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을 구별하여 별도의 접근이 필요한 문항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통계 수치가 포함된 문항이라 할지라도 해결하는 과정에는 인문과학적 사고가 개입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수학과 과학에서도 별개의 독립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차이를 느끼고 있다면 아마 개별문항에 따라 통합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 수리, 탐구 추론 개념화 능력 물어

―인문계열 1차 예시문항에서는 수리논술 문제가 ‘단독형’으로 출제되었는데 2차 예시문항에서는 ‘통합형’으로 출제됐습니다. 수리논술 출제 방향에 대한 서울대의 방침은 무엇입니까.

“우선 인문계열 2차 예시문항에서 통합형으로 출제된 수리논술 문제가 어떤 것을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고, 더 나아가 질문에서 말씀하신 단독형과 통합형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위의 질문을 인문계열의 예시문항에 국한된 질문이 아니라 자연계열 예시문항까지 포괄하는 질문으로 확대해 이해한다면, 위 질문은 1차 예시문항의 ‘악수 문제’와 같은 문항이 2차 예시문항에는 없다는 의미로 넓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음을 이렇게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그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계열 1차 예시문항 1, 2번 문항이나 2차 예시문항 1, 2번 문항은 공통적으로 수학의 기본적 개념과 원리간의 상호관련성, 현상을 관찰하여 얻어낸 원리를 확인하고 일반화하는 수리적 추론, 수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주어진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항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악수 문제’는 단순한 문제 풀이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에서 일반적인 원리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며, ‘작도 문제’나 2차 예시문항의 문제 역시 ‘악수 문제’의 취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위 문제들을 통해 평가하려는 수리적 능력은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성의 공전 운동, 나뭇잎의 배열, 음악의 화음, 아름다운 건축물 등과 같은 여러 현상과 사물을 탐구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추상적으로 개념화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수학적 요소가 많거나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문항이 추구하는 방향은 동일합니다.”

○ 분석 논증 창의 표현력 중심으로 채점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 논술문제의 채점 기준과 채점에서 주안점을 둘 사항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다양한 답변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서울대 입시 채점 기준은 이미 발표한 대로 이해·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표현력의 4가지가 중심이 됩니다. 또 채점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문항별로 전문적 식견을 가진 복수의 평가위원들에 의한 다단계 평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논술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겠지만, 그러한 견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논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지, 다각도의 깊이 있는 사고력을 보여 주고 있는지와 같은 논술의 기본적인 평가 측면에서는 충분히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모의고사 실시… 평가 결과 공개할 것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논술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은 어느 정도 됩니까.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비중이 현재보다 높아지지만, 구체적인 반영 비율은 모의논술고사 결과를 비롯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알 수 있습니다.”

―1차 예시문항과 2차 예시문항 모두 교과서를 지문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2008학년도에도 이러한 교과서의 제시문 활용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논술고사 1차 예시문항과 2차 예시문항은 발표되었지만 예시답안을 발표하지 않아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모의고사를 실시하여 그 평가결과를 발표하거나 예시답안을 발표할 계획은 없습니까.

“모의논술고사는 내년 4월에 실시한다고 발표하였으나, 학생들의 준비를 돕기 위해 3월로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모의고사 후에는 참가 학생에게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게도 평가 결과를 공지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구체적인 평가 사례도 발표될 것입니다. 모의고사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인 방향을 말씀드리면 전국 각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100여 명의 학생을 추천받아 4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고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을 치르게 할 방침입니다. 모의고사를 치르는 방식은 서울대에서 할지 인터넷을 이용할지 아직 미정입니다. 시험에 응시한 각 개인에게는 평가 결과를 통보해 주고 그중에서 몇 개의 샘플에 대한 평가 사례와 평가기준을 서울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과거 서울대 입시에선 장문의 고전 제시문을 내고 2500자를 쓰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예시문에는 답안에 대한 글자 제한이 없습니다. 200자에서 1600자까지 폭넓게 제시되었습니다.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도 이처럼 폭넓은 분량이 제시됩니까?

“자연계열에는 글자 수의 제한이 없으나, 인문계열에서는 문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하는 분량이 달라질 것입니다.”

―예시 문항에 제시된 논술 문제를 4시간 동안 모두 푸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문항 수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우리 대학교에 주신 의견에는 4시간 동안 풀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문항이 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문항의 수와 시간은 학생들의 체감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모의논술고사를 실시한 이후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 고교 과정서 협동수업 해볼만

―예시문항이 의도하는 논술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각 과목 담당 교사들은 혼자서 영역전이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통합교과논술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해합니다.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안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여러 교과 선생님이 함께 가르치시는 협동 수업입니다. 예컨대 국어 선생님이 어떤 사회 문제와 관련된 소설을 다루실 때, 사회 교과 선생님도 함께 참가하시어 국어 선생님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사회 교과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고, 거기서 다루어지고 있는 지식이나 원리가 사회 교과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또 원리 적용에 있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협동수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교과서의 내용을 다루더라도 그냥 교과서에 담겨 있는 내용에 국한해서만 가르치지 마시고, 그 내용이 다른 유관 분야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 중 일부가 달라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사고를 유도할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 비판적인 고전읽기 몸에 배도록

―2008학년도 이후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평소 통합교과형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소 교과 공부를 함에 있어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 능력이 함양되도록 학습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그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문제에 함축된 바는 무엇인지, 간과하고 있는 전제는 없는지, 그 문제가 제기된 맥락은 무엇인지, 관점을 달리할 경우 결론이 어떻게 달리 도출되는지 등의 물음을 스스로 제기하고 그 답변을 생각함으로써 생각의 깊이와 폭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학습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운전 연습과 연관시켜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방어 운전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하는 공부법입니다.”

―2008학년도 서울대 예시문항은 ‘교과서 지문과 주제 활용’,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측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예시문항은 동서양 고전(古典)에서 추출한 긴 제시문과 장문의 글쓰기가 특징인 기존의 ‘고전 논술’과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고전 읽기는 2008학년도 서울대 논술을 대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요? 사교육계에서는 ‘서울대 고전 100선’을 독서지도의 기준표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대 고전 100선’ 읽기가 서울대 논술을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분명 좋은 고전을 많이 읽는 것이 논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고전을 단순히 많이 읽어서는 투여한 시간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합니다. 즉, 단순 이해에 그치는 고전 읽기가 아니라 공감을 토대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촉발될 수 있도록 고전 읽기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대 고전 100선은 대학생들에게 권하는 권장도서 목록이지 고등학생들에게 권하는 권장도서 목록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중에는 평균적인 고등학생이 소화해 내기 어려운 고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고등학생이 대학생 수준의 내용까지 소화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이 서울대 논술 대비의 필요 요건이나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다만, 학생들이 교과서 외의 다양한 영역의 독서를 하고자 한다면 특히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서울대 고전 100선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