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 의료인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봉사

  • 입력 2006년 7월 18일 0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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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하남공단의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꾸람바이(30) 씨는 매주 일요일 공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하남우리가족치과’를 찾는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그는 충치를 뽑고 보철을 하는 치료를 한 달째 받고 있다. 그는 “100만 원이나 되는 치료비 때문에 그동안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에서 무료 진료를 알선해 줘 마음 편히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우리가족치과 장세원(30) 원장은 “의사 4명이 일요일에 짬을 내 근로자 8명을 진료하고 있다”며 “치료받고 돌아가는 이들의 환한 얼굴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이사장 이철우 목사)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6월.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경제적인 사정이나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한의사협회 등이 나섰다.

이들 단체는 광주 광산구 월곡동 산정공원 입구 상가 20평을 빌려 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간판을 내걸고 매주 일요일 오후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진료실은 앉을 곳조차 마땅치 않지만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만남의 장소이자 희망의 샘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건강센터를 이용한 외국인 근로자는 872명.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러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에서 온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양·한방 진료만 했으나 지난해 9월부터 치과 진료를 시작하면서 전문의가 5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봉사의 발길도 꾸준히 늘어 현재 50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고 약품을 후원해 주는 제약회사도 생겼다.

약값과 임차료, 소모품 등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드는 운영비는 자원봉사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센터 측은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 5개 국어로 된 홍보용 명함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구청 진료소와 함께 정기 건강검진도 추진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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