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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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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20일 열리는 제11회 제주국제관악제. 제주시 해변공연장, 제주도 문예회관, 한라아트홀,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더욱 흥겨운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올해는 세계 각국 연주자들이 참가하는 관악앙상블 축제, 국제관악콩쿠르, 세계마칭쇼챔피언십대회가 한꺼번에 열려 제주 거리 곳곳에서 관광객들은 금빛 향연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 돌담 사이 바람불면 갖가지 소리
“한라산에 올라가서 한번 내려다보세요. 제주 전역이 나팔입니다. 크고 작은 분화구인 오름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벌리고 서 있는 나팔 같지요. 그래서 저는 한라산에 오를 때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해요. 제가 백록담에서 지휘를 한 번 하면 아마 오름 분화구에서 엄청난 나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제주시향 지휘자 이동호 씨)
최근 제주를 찾아 임현수(베이스 트롬본) 김응주(튜바) 고창우(호른) 오기봉(트럼펫) 송용준(트럼펫) 씨 등 제주시향 금관 5중주 단원들과 함께 별도봉 오름에 올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름에서 이들은 “바람의 고향인 제주가 관악(wind) 페스티벌을 여는 것은 피치 못할 인연”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에는 곳곳에 바람을 막기 위한 돌담이 많아요. 현무암으로 된 돌담의 검은 선을 볼 때마다 마치 오선지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돌담 사이에는 ‘고망’이라고 불리는 구멍이 있지요. 바람이 세게 불면 고망을 통해 소리가 납니다. 잘 들어보면 아주 갖가지 소리가 나요. 돌담의 구멍이 마치 관악기의 마우스피스 같아요. 제주는 섬 자체가 거대한 악기입니다.”(이 씨)
○ 섬주민 자원봉사가 축제 키우는 힘
“영화 ‘황산벌’ 보셨나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놈이다’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1995년 불과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시작한 제주국제관악제가 지금까지 10년을 넘게 살아남았어요. 제주에는 모차르트도, 카라얀도 없었지만 제주 자체가 보물입니다.”
제주 관악인들의 대부로 통하는 이상철(53)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제주 국제관악제를 키워온 힘”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 축제에는 독일의 ‘부치나브라스앙상블-본’, 미국의 ‘체스트넛브라스컴퍼니’, 헝가리 ‘게오르크솔티 브라스 앙상블’ 등 6개국 13개 앙상블팀이 초청됐다. 또한 트롬본의 세계적 거장인 아르민 로진(독일 슈투트가르트음대 교수)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제관악콩쿠르, 세계마칭쇼챔피언십대회 등에 참가하는 프로와 아마추어 외국 관악연주자만 해도 1500∼2000명이다.
이 위원장은 “일본에는 전국에 아마추어 브라스밴드가 1만5000여 개가 있고, 미국 유럽에도 아마추어 관악밴드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브라스밴드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064-722-8704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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