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짹짹짹~ 이제 날게 됐어요”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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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를 잃고 길에 떨어진 새끼 참새가 새 동호인인 이대윤 군이 주는 모이를 받아먹고 있다. 어린 새는 곡식가루를 물에 적신 뒤 조그맣게 뭉쳐 일일이 부리에 넣어 주는 등 아기처럼 다뤄야 한다. 신원건 기자
어미를 잃고 길에 떨어진 새끼 참새가 새 동호인인 이대윤 군이 주는 모이를 받아먹고 있다. 어린 새는 곡식가루를 물에 적신 뒤 조그맣게 뭉쳐 일일이 부리에 넣어 주는 등 아기처럼 다뤄야 한다. 신원건 기자
쓰다듬듯 들어 올려 손바닥 위에 놓자 어린 참새는 달아나려고 요동을 치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있다. 작게 뭉친 곡식가루를 건네자 입을 벌려 바쁘게 받아먹는다.

11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 아파트. 고교 1년생인 이대윤(16) 군이 손으로 먹이를 집어주자 어린 참새가 엄마 참새를 바라보듯 이 군과 눈을 맞췄다.

이 군이 엄마 참새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의 한 조류원에서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가 있으니 돌봐 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였다.

이 군은 자신의 집 베란다에 앵무새 10쌍, 까치 1마리 등 모두 23마리의 새를 키우는 아마추어 새 전문가. 회원 600여 명의 새 동호회를 이끄는 회장이기도 하다.

아기 참새가 처음 발견된 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 참새 번식기인 5∼7월에는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들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개체 수가 많다 보니 형제에 밀려 떨어지는 것도 있고, 어미가 약해 보이는 새끼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

“처음 보니 태어난 지 10일 정도 된 것 같았어요. 그대로 방치됐다면 차 바퀴에 깔리거나 고양이 밥이 됐을 거예요. 장마철에 체온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었죠.”

새끼 참새는 아기처럼 다뤄야 했다.

이 군은 자신의 방 한쪽의 작은 통에 톱밥을 깔아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다. 곡식가루를 38∼40도의 물에 갠 뒤 작게 뭉쳐 일일이 입에 넣어 줬다.

극진한 보살핌이 통한 것일까. 이 군의 집에 온 지 보름여가 지난 11일, 새끼 참새는 처음 조류원에서 데려올 때보다 2배 가까운 12cm 크기로 자랐다.

이 군은 “요즘 참새가 조금씩 ‘파닥’ 하고 날아올랐다가 내려앉는다”며 “사람 손에 자란 탓에 성장이 더디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하늘을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끼 참새와 사람 어미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도시와 시골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던 텃새인 참새. 그러나 국립환경연구원이 2004년 펴낸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참새 개체 수는 1997년 이후 8년 만에 44%가 줄었다. 먹잇감인 벌레가 농약 살포로 줄어든 데다 보금자리를 꾸미기 좋았던 기와집 등이 아파트에 밀려 급격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이근청 구조단장은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참새는 바구니 등에 넣어 잘 보이는 곳에 놓아 어미가 데려갈 수 있게 해야 하며 사람 손에 자라더라도 10∼15일 뒤 발견한 지역 내 야산에 날려 보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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