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 아파트. 고교 1년생인 이대윤(16) 군이 손으로 먹이를 집어주자 어린 참새가 엄마 참새를 바라보듯 이 군과 눈을 맞췄다.
이 군이 엄마 참새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의 한 조류원에서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가 있으니 돌봐 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였다.
이 군은 자신의 집 베란다에 앵무새 10쌍, 까치 1마리 등 모두 23마리의 새를 키우는 아마추어 새 전문가. 회원 600여 명의 새 동호회를 이끄는 회장이기도 하다.
아기 참새가 처음 발견된 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 참새 번식기인 5∼7월에는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들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개체 수가 많다 보니 형제에 밀려 떨어지는 것도 있고, 어미가 약해 보이는 새끼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
“처음 보니 태어난 지 10일 정도 된 것 같았어요. 그대로 방치됐다면 차 바퀴에 깔리거나 고양이 밥이 됐을 거예요. 장마철에 체온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었죠.”
새끼 참새는 아기처럼 다뤄야 했다.
이 군은 자신의 방 한쪽의 작은 통에 톱밥을 깔아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다. 곡식가루를 38∼40도의 물에 갠 뒤 작게 뭉쳐 일일이 입에 넣어 줬다.
극진한 보살핌이 통한 것일까. 이 군의 집에 온 지 보름여가 지난 11일, 새끼 참새는 처음 조류원에서 데려올 때보다 2배 가까운 12cm 크기로 자랐다.
이 군은 “요즘 참새가 조금씩 ‘파닥’ 하고 날아올랐다가 내려앉는다”며 “사람 손에 자란 탓에 성장이 더디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하늘을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끼 참새와 사람 어미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도시와 시골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던 텃새인 참새. 그러나 국립환경연구원이 2004년 펴낸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참새 개체 수는 1997년 이후 8년 만에 44%가 줄었다. 먹잇감인 벌레가 농약 살포로 줄어든 데다 보금자리를 꾸미기 좋았던 기와집 등이 아파트에 밀려 급격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이근청 구조단장은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참새는 바구니 등에 넣어 잘 보이는 곳에 놓아 어미가 데려갈 수 있게 해야 하며 사람 손에 자라더라도 10∼15일 뒤 발견한 지역 내 야산에 날려 보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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