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에위니아 비상 전국이 태풍 ‘위험반원’에…피해 커질듯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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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빗길 추락… 9명 중경상 9일 오후 경북 칠곡군 가산면 중앙고속도로 부산기점 132㎞ 지점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10m 아래 하천으로 떨어진 시외버스를 소방 관계자 등이 견인하고 있다. 이 사고로 운전사와 승객 등 9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칠곡=연합뉴스
버스 빗길 추락… 9명 중경상 9일 오후 경북 칠곡군 가산면 중앙고속도로 부산기점 132㎞ 지점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10m 아래 하천으로 떨어진 시외버스를 소방 관계자 등이 견인하고 있다. 이 사고로 운전사와 승객 등 9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칠곡=연합뉴스
위험반원이번 태풍은 이례적으로 서해상으로 북진해 한반도 전체가 ‘위험반원(危險半圓)’에 놓이게 됐다. 위험반원은 태풍의 중심을 기점으로 원을 그렸을 때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 반원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태풍 내부의 바람 방향(시계 반대 방향)과 태풍의 진행 방향(편서풍의 영향으로 오른쪽으로 진행)이 일치해 강력한 바람이 발생한다.
위험반원
이번 태풍은 이례적으로 서해상으로 북진해 한반도 전체가 ‘위험반원(危險半圓)’에 놓이게 됐다. 위험반원은 태풍의 중심을 기점으로 원을 그렸을 때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 반원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태풍 내부의 바람 방향(시계 반대 방향)과 태풍의 진행 방향(편서풍의 영향으로 오른쪽으로 진행)이 일치해 강력한 바람이 발생한다.
태풍 에위니아가 한반도 내륙에 본격 상륙하기도 전에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9일 폭우로 곳곳에 산사태와 농경지 및 주택 침수, 빗길 교통사고 등이 발생해 1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0일 0시를 기해 제주도가 에위니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태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국에 ‘태풍 비상’이 걸렸다.

▽전국 비 피해 속출=비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영남지방. 9일 오전 울산 등 영남지방에 시간당 40∼55mm의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등 최고 140mm의 비가 왔다.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리거나 빗길 차량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낮 12시 30분경 경북 청도군 매전면 송원리 앞 도로에서 김모(87) 할머니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또 오전 7시 54분경 경남 양산시 남부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비 피해를 점검하던 권모(57) 씨가 공사장 웅덩이에 빠져 숨졌다.

오전 8시경에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 앞 도로에서 유모(27) 씨가 몰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5m 아래 철길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유 씨가 포항발 동대구행 통근열차에 치여 숨졌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양산시 원동면 계곡에서는 계곡을 연결하는 다리가 물에 잠겨 행락객 심모(28) 씨 등 35명이 고립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4시간 만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침수 피해와 산사태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140mm가 넘는 폭우 속에 수영강 물이 불어나 해운대구 반여동 반여교의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는 농경지 3ha가 침수됐고, 마산시 구산면에서는 하천 둑이 터져 농경지 6ha와 저지대 주택이 물에 잠겼다. 전남 여수시에서도 여서동 현대아파트 지하상가 일부가 침수돼 소방차 등이 출동하여 긴급 배수 작업을 벌였다.

금산 등 충남 일부 지방에도 폭우로 도로 일부가 유실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9일 오전 서천 일대의 변압기 10대에 낙뢰가 떨어져 285가구가 정전됐다.

항공기와 어선도 발이 묶였다.

울산에서는 서울, 제주 등을 운항하는 왕복 36편의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됐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목포 5768척, 완도 7119척, 여수항 8759척 등 서남해안의 항·포구에 2만1000여 척이 대피해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낮 12시를 기해 전국에 재난 위기 경보 중 2단계인 ‘주의(Yellow)’를 발령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태풍 특보가 내려져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며 “재난취약지역에 사는 주민은 라디오나 TV 등을 통해 태풍 상황을 청취하고 노약자나 어린이는 가능한 한 실외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중심 부근 초속 33m 강풍=에위니아는 중심 부근에 초속 33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해상에는 8∼12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은 10일 오후 3시 목포 서북서쪽 약 110km 부근 해상에 접근하겠고, 11일 오후 3시 백령도 동북쪽 약 150km 부근 해상에 이르며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겠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9일 밤부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제주도를 비롯해 10일까지 남해안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관측했다. 특히 한반도는 태풍 진로의 오른쪽에 놓이게 돼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 서·남해안에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태풍은 왼쪽에서 소용돌이치면서 불기 때문에 진행 방향 오른쪽 반원을 ‘위험반원’이라고 한다.

▽공무원 비상 근무=청와대는 9일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에위니아에 대비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정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비상황을 점검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태풍이 장마 시기와 겹쳐 지반 약화에 의한 호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고, 지자체 단체장 교체기의 인사이동으로 대비태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무원들의 비상근무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이날 전군에 인명과 장비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군은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훈련일자를 조정하거나 취소하도록 예하 부대에 지침을 내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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