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씨, 모친에게 ‘팔순 잔치’

  • 입력 2006년 6월 29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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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드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고교생 때 납북됐던 김영남(45) 씨가 상봉 둘째 날인 29일 어머니 최계월(82) 씨에게 팔순상으로 28년 간 못한 효도를 대신했다.

김 씨는 이날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서 최 씨에게 '북한식 팔순상'을 대접했다. 팔순상에는 잉어, 털게, 신선로, 토종닭, 각종 과일과 떡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어머니 최씨는 오후 1시 40분경 아들 김 씨가 오전에 선물한 휠체어를 타고 방으로 들어섰다. 김씨는 최 씨가 방에 들어서자 직접 휠체어를 팔순상 쪽으로 밀고 가 최 씨를 안아 자리에 앉혔다.

김 씨는 최 씨에게 "아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텐데, 60돌 70돌도 제대로 못 차려드리고 해서 80돌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면서 죄스러워 했다.

이어 최 씨에게 북한산 백로술을 따르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80돌이 아니라 90돌, 100돌까지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웃는 얼굴로 방에 들어섰던 최 씨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옆에 서서 지켜보던 손녀 은경(혜경·19) 양은 손에 든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쳤다.

며느리 박춘화(31) 씨가 술을 한 잔 따른 뒤 부부는 "어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며 큰 절을 올렸다. 손녀 은경 양과 손자 철봉(7) 군도 함께 술을 따랐고 철봉 군이 "할머니 장수하십시오"라고 말한 뒤 큰절을 올렸다.

김 씨는 북측 가족을 팔순상 앞에 모아 세우고는 "어머니 우리 가족 다 같이 인사드리겠어요. 건강하세요"라며 다시 큰절을 올렸다. 이어 김 씨 모자와 누나 영자 씨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또 최씨와 철봉 군이 따로 기념촬영을 한 뒤 남북 가족 전체 사진촬영 시간도 가졌다.

김 씨는 어머니 최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건넸다.

먼저 90년 된 산삼을 선물하며 "어머니 이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짜리야.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말했다. 산삼이 든 나무상자에는 '조선산삼 조선평양'이라고 쓰여 있었다.

최씨 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됐어. 아버지 생각 말고"라며 다독였다.

김 씨는 또 어머니 최 씨에게 비단 옷감 상자를 열어 보이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다. 비단인데.."라며 상자를 건넸다. 옆에 있던 며느리 박씨는 "해 입으세요"라고 말했다.

은경 양과 철봉 군은 고려청자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 세트를 할머니에게 전했다.

김 씨는 "밥그릇 세트야"라며 누나 영자 씨에게 "잘 해야 돼"라고 말했고 영자 씨는 웃으며 "알았어"라고 답했다.

김 씨가 어머니 최 씨에게 "엄마 상이 마음에 들어? 좋아?"라고 말하자 최씨는 "좋아 너무너무"라고 만족해했다.

김 씨는 또 '축 80돌'이라는 글자를 장식한 수박을 가리키며 "학이 날아오르고 태양이 솟아 오르는 형상이야. 복이 온대"라며 최씨에게 상차림에 대해 설명했다.

또 잔뜩 멋을 낸 닭찜을 가리키며 "순수 조선 토종닭으로 했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내가 못해드렸던 거 마음이라도 가벼워지라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누나 영자 씨는 기념촬영을 끝마친 최 씨가 휠체어로 옮겨 앉자 "아들이 준 휠체어를 타니 좋아?"라고 물었고 최 씨는 "편안하고 좋아"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김씨가 어머니 최 씨에게 선물한 휠체어는 'Dr.K'라는 미국 브랜드였다. 김 씨는 상봉 첫날 대한적십자사 공용 휠체어를 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누나 영자 씨에게 "내가 휠체어를 하나 선물할 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측은 애초 김씨 가족의 공동중식을 5분 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20분 이상 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팔순상이 마련된 방에는 공동중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측 관계자 20여 명이 드나들며 상차림을 준비했고 김 씨도 공동중식 직전 상차림 위치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해금강호텔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 가족을 비롯한 북측 상봉단은 남측 가족의 방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뉴스팀·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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