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새 단체장에게 듣는다]박성효 대전시장

  • 입력 2006년 6월 29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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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효(51) 대전시장 당선자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선거 50일 전만해도 지지도는 5∼10% 정도. 염홍철 현직 시장(48.6%)에 비해 턱없이 낮았지만 43%의 득표로 당선됐다. 다음달 1일 시작되는 민선 4기를 앞두고 그는 새로운 지역발전 방안을 구상하느라 대전시립미술관 임시 사무실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현직 시장이 재임 중인 마당에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시정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선 4기 대전시정의 운영 방향은….

“1만4000달러에 불과한 대전시민의 GDP를 2만 달러로 끌어 올리는 새로운 ‘대전발전의 경제공식’을 쓰겠습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교육, 복지시책을 강화하고 첨단기업의 육성과 산업용지 확보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제시장이 되겠다는 각오인데요.

“지역경제 회생과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약인 ‘대한민국 중심도시’를 어떻게 실현할 생각이십니까.

“대전 발전의 큰 축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개발 성과를 산업화해 실제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덕특구에는 연구기능만 모여 있어 경제 유발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주변에 위치한 충남·충북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생산 공장이나 대기업을 유치하면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얻을 것입니다.”

―지하철 개통에도 불구하고 동구, 중구 등 원도심에서 활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원도심 유턴 프로젝트를 추진하겠습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원방안을 확대하겠습니다. 또 대대적인 교육지원을 통해 교육격차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동구 가양, 자양, 용운지구에 캠퍼스 타운을 조성해 지역상권을 살리려고 합니다.”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국내 최고 수준의 숲의 도시를 가꾸겠다고 했는데….

“대전은 아파트가 많으면서도 3대 하천이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살리고 하천과 도심 아파트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가꾸겠습니다.”

―서남부생활권에 구상 중인 호수공원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는데….

“서남부지역의 땅값은 비쌉니다. 거기에 2000억 원 이상 필요한 호수공원을 만든다면 이중적 손실이 예상됩니다. 차라리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서남부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고 아파트 값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실익입니다. 호수공원을 대체할 공원은 곳곳에 조성할 예정입니다.”

―시내버스의 완전공영제가 쉽지는 않을 텐데….

“가칭 ‘대전대중교통공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현재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환경은 조성됐다고 봅니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모든 것을 시가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단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사에 반영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데 공무원은 법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습니다. 적당한 시기가 다가오면 원리원칙에 의해 인사할 뿐입니다. 노력하지 않는 공무원은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수도권 단체장의 대수도론에 대한 견해는….

“대수도론에 대해 반대합니다.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가 만나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수도권지역에 대한 공장 총량제 폐지, 대학 및 공공시설 신설허용과 관련된 가시적 움직임이 있을 경우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4기 시정의 목표를 ‘시민과 함께 하는 행복 대전’, 시정구호를 ‘함께 가꾸는 대전, 함께 누리는 행복’으로 정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여년 토박이 공무원… ‘대덕밸리’ 이름도 지어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는 1955년생으로 동구 ‘대동 산 1번지’가 고향인 대전 토박이.

대전고, 성균관대 출신으로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관료생활을 대전시청에서 시작했다.

관선 서구청장과 대전시 경제국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을 두루 지냈다.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밸리’로 이름 지었다.

그는 이번 선거가 힘겨울 것이라는 주변의 권고에 대해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바꿀 수 있다면 운명도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장한 각오였다.

가족이 많아 경제적으로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동네에서 알려진 효자. 이번 선거 캠프에는 ‘효사랑’이라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다리를 놓는 사람들’에서 해외차관 조기상환, 부도기업 채권 채무조정 등 경제문제 해결 비화를 소개할 정도로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화이부동 부동이화’(和而不同 不同而和: 군자는 화합하되 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동하되 화합하지 아니함)라는 말을 즐겨 쓴다.

“행정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즉 시민 입장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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