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헌재씨 재산변동 추적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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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해 이헌재(사진)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재산 변동 내용이 검찰 수사의 새로운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체결된 2003년 8월을 전후해 이 전 부총리가 외환은행에서 대출받은 10억 원을 조기 상환하고 2003년 6∼10월 경기 광주시의 임야와 논밭을 58억 원에 판 것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공직 떠난 사이 재산 큰 폭으로 증가=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18일 이 전 부총리가 재경부 장관직에서 퇴임한 2000년 8월 이후부터 장관직에 다시 취임한 2004년 2월까지 이 전 부총리의 재산 변동 내용을 조사 중이다.

공직자 재산등록 내용을 보면 이 전 부총리의 재산은 2000년 8월 퇴임 당시 25억 원이었으나 2004년 2월 장관 취임 때는 86억 원이었다. 공직을 떠난 사이 61억 원이 늘었다.

의심을 사는 부분은 2005년 3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이 전 부총리의 사임으로까지 이어졌던 광주시 일대 토지매매 거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계약이 체결된 2003년 8월을 전후한 2003년 6월부터 10월까지 매매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

이 전 부총리의 부인이 1979년부터 1983년까지 4차례에 걸쳐 매입한 이 토지는 2003년 10월 공동 매수자 11명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04년 2월 잔금이 치러졌고, 4월 소유권이 이전됐다.

특히 매수자 가운데 논밭 5800여 평을 16억6000만 원에 산 차모(39) 씨는 재산이 거의 없는 트럭 운전사인 것으로 지난해 밝혀져 토지매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차 씨는 매입할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금을 냈다. 그 과정에서 대출 신청 하루 만에 승인이 나고 1주일 만에 대출금이 지급돼 의문을 더했다.

지난해 3월 이 전 부총리는 재산 변동에 대해 “1979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광주시 일대에 사 두었던 논밭과 임야를 2003년에 팔면서 발생한 차액 46억 원이 재산신고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부총리가 2003년 초 외환은행 한남동 지점에서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10억 원을 상환 만기일보다 최대 2년이나 빨리 갚은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전 부총리는 2003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0여 차례로 나눠 상환하기로 은행과 약정했으나 2003년 6월부터 2004년 2월까지 10억 원 전액을 갚았다. 시기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계약이 체결된 때와 겹친다.

이 전 부총리는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과 적금 등으로 대출금을 상환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심나는 돈 수수 단서 포착이 핵심=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전 부총리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한 비리에 연루된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는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검찰이 16일 이 전 부총리를 출국금지했지만 이는 뚜렷한 단서를 확보해서라기보다는 계좌추적 등 이 전 부총리에 대한 내사사실이 알려지자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일단 이 전 부총리의 대출 상환자금 출처에서 의심나는 부분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또 재산 변동 내용 가운데 이 전 부총리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받은 고문료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리가 약정된 고문료 이외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성공보수 명목으로 별도의 대가를 받았는지 따져 보겠다는 것.

검찰은 감사원이 19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외환은행 매각 실무를 주도한 인물들을 소환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조작됐는지와 핵심 인물 사이에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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