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전세보험제 취지 좋지만…“서민 더 울릴수도”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법무부의 ‘서민 법제 및 상법 개선안’은 세입자와 농민 등 약자를 보호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서민이 돈을 더 빌리기가 어려워지거나 전월세 부담이 더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약자 보호에 역점=이자제한법 제정안은 ‘돈을 빌려 주고 빌릴 때 최고 이자율을 연 4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가 엄격해 사금융에 의존하는 서민들이 높은 사채 이자와 불법적인 빚 독촉에 시달리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법 적용 대상은 2002년부터 시행된 대부업법상 등록된 대부업자를 제외한 사채업자나 개인은 물론 대부업법상 무등록 대부업자 등이다.

법무부는 연 66%인 대부업법의 제한 이자율도 재정경제부 등과 협의해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자제한법은 1962년 제정돼 시행하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1998년 1월 폐지됐다.

그 뒤 제도 금융권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4∼50%이지만 사채시장의 평균 이자율은 연 최고 223%까지로 늘어나 사채를 사용한 서민 중 85%가 2년 이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법무부 방안에 대해 금융계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용도가 낮아 시중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서민을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업법이 강화되면서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큰 고객의 대출 신청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고금리로도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있는 한 이자 상한선을 둔다고 연간 수백%에 이르는 고금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음성적인 사채시장의 평균 대출 이자율은 223%에 이른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경제 부처와 금융감독 당국도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한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이자제한법을 부활하면 자금 수요자들이 사채시장 등 음성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서민금융지원팀장도 “사채시장 이용자의 85%는 가족도 모르게 은밀하게 고금리 빚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도야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자제한법을 강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대차보증금 보험제로 부담 증가?=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90만여 가구 가운데 전월세로 사는 가구는 684만 가구(43%)에 이른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집주인이 보증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을 돌려받아야만 새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세입자에게는 불리하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집을 빌려 주는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므로 세입자가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는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집주인이 보험을 들 때 필요한 비용을 전세 보증금에 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액임차인 최우선 변제제도, 전세권 등기제도, 확정일자 제도 등 전세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상태여서 ‘옥상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다가구, 다세대, 단독주택 등의 전세 세입자는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크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 추진=법무부는 상법 회사편을 개정해 집행임원제와 이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행임원은 주주가 선출하는 이사회에 의해 선임돼 이사회에 보고할 의무를 지는 최고경영자(CEO·대표 집행임원)나 최고재무책임자(CFO·재무 집행임원) 등이다.

현재는 이사회가 기업의 의사 결정과 집행, 감독 권한을 모두 갖지만 집행임원제가 시행되면 이사회는 감독 기능만 갖고 의사 결정과 집행은 집행임원이 맡는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제도 도입으로 대기업 오너의 기업 지배력이 약화되면 책임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제도 도입 여부는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행 5000만 원인 최저 자본금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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