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남도청 현관. 11일부터 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 온 청주 송(宋) 씨 문중 관계자들이 도지사실로 가려다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선거기간 중 선영(先塋)을 문제 삼아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태호 지사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달 초 TV 토론회에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진례 클레이아크미술관 인근 선영 앞에 시 예산으로 공원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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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와 경합했다가 한나라당 경남지사 공천에서 탈락한 송 전 시장은 12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승복 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김 지사는 나의 35년 공직생활을 모독했다. 감사 결과를 밝히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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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언론이 제기한 문제를 송 전 시장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 것”이라며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어 세부 감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무 탈법, 무 금품, 무 비방 등 ‘3무(無) 원칙’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장면4
김해시 관계자는 18일 “최근 도청 직원 7명이 현장조사를 포함한 감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요구 서류는 미술관 실시설계 및 보고서, 공사변경 관련 서류, 입지 경위서 등 10여 가지. 송 전 시장이 선영을 정리한 인부에게 건넨 수고비도 예산인지를 따졌다.
이제는 김 지사가 나서야할 차례다. ‘3무 원칙’을 실천하는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비껴가서는 곤란하다.
송 전 시장의 주장처럼 직권남용 성격마저 있는 감사를 하고도 짐짓 둘러대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감사 결과를 숨길 이유도 없다. 공원 조성에 하자가 있으면 송 전 시장이, 반대의 경우엔 김 지사가 책임지면 된다. 송 전 시장이 공원 문제와 관련해 김 지사를 고소한 사건도 마찬가지로 결론이 나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 정치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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