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탑승 비행기, 위급 환자 때문에 긴급 회항

  • 입력 2006년 4월 16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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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KE928편에 몸을 싣고 있었다. 유럽순방 일정을 마친 반 장관은 전날 장모상을 당해 급거 귀국하던 중이었다.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대학생 이모(26·부산동아대 4년) 씨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이륙한 지 1시간30분이 지난 새벽 4시55분. 기내방송을 통해 승객 중 의사를 찾아냈지만 이 씨의 상태는 기내에서 응급처치로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성수 기장은 즉시 항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체코 프라하 공항으로 기수를 돌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비행기의 무게. 항공기가 충격 없이 프라하 공항에 착륙하려면 감량을 해야 했다.

KE928편은 즉각 정상항로를 벗어나 공해상으로 이동해 4만 파운드(1만8000여㎏)의 기름을 뿌렸다. 1100만원 상당의 기름을 공중에 버린 것.

이 소식을 들은 반 장관은 기내에서 프라하에서 있는 주 헝가리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공항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이 비행기가 프라하 공항에 착륙한 때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6시41분. 이 씨는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대한항공 프라하 지점 직원들과 대사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현지 군인병원으로 후송돼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이 씨는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어머니 정모(49) 씨와 로마를 여행하던 중 갑자기 신장에 이상이 생겨 정 씨와 함께 귀국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E928편은 프라하 공항에서 재급유를 받은 뒤 오전 8시11분 이륙해 도착 예정시간보다 3시간여 늦은 오후 6시경 인천공항 안착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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