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람잡을 뻔한 ‘즉흥 상술’…“사고위험” 경찰경고도 무시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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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안전 불감증청소년들이 26일 서울 롯데월드의 무료 입장 행사를 찾았다가 인파에 밀려 주저앉은 뒤 울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반부터 관람객이 몰려 롯데월드와 인근 전철 역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홍진환  기자
아찔한 안전 불감증
청소년들이 26일 서울 롯데월드의 무료 입장 행사를 찾았다가 인파에 밀려 주저앉은 뒤 울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반부터 관람객이 몰려 롯데월드와 인근 전철 역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홍진환 기자
무료 입장 행사 첫날인 26일 서울 롯데월드 주변에는 해가 뜨기 2시간여 전부터 관람객이 몰렸다. 지하철 2, 8호선 잠실역 일대는 큰 혼잡을 빚었다.

롯데월드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8시 반부터 관람객을 입장시켰지만 이미 수십 명이 다친 뒤였다.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롯데월드는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용 인원의 2배 넘은 인파=롯데월드 정문과 남문 앞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4시경부터다.

관람객은 3시간 뒤 5만여 명으로 늘었고 오전 8시경에는 7만여 명이나 됐다. 롯데월드 최대 수용 인원(3만5000여 명)의 2배이며 평소 휴일 입장객(1만5000여 명)의 4배 이상이었다.

오전 7시 20분경 첫 사고가 터졌다. 롯데월드 안전요원은 확성기로 관람객에게 서 있지 말고 앉아 있도록 권했다.

하지만 뒤편에 있던 관람객은 입장하라는 말로 잘못 듣고 정문 쪽으로 몰렸다. 앞에 있던 사람이 한꺼번에 앞쪽으로 밀렸고 이 과정에서 심모(17) 군 등 10여 명이 다쳤다.

맘껏 놀려고 찾은 롯데월드에서 부상한 청소년들이 신발이 벗겨진 채 울고 있다. 홍진환 기자
현장에 있던 황모(16) 군은 “안전요원의 말이 끝나자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속수무책으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오전 8시경에는 정문 앞 일부 관람객이 셔터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뒤엉켜 넘어져 10여 명이 다쳤다. 이때 3000명 이상이 롯데월드에 입장했다.

다리에 타박상을 입은 정모(16) 양은 “갑자기 떠밀려 중심을 잃고 넘어져 사람들 밑에 깔렸는데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입장객끼리 밀고 밀리면서 20여 명이 더 다쳤다.

롯데월드는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관람객을 입장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식 개장 시간보다 1시간 이른 오전 8시 반경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전 9시 40분경 입장객이 최대 수용 인원 3만5000명에 이르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롯데월드는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요청했다. 일부 시민과 청소년은 무료 이용권을 달라며 오후 2, 3시경까지 항의했다.

▽안전대책은 없었다=롯데월드는 관람객이 최대 3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현장에 안전요원 59명을 배치했다.

롯데월드는 안전 담당 직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 200여 명이 출근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대다수 관람객은 “사고 현장에서 안전요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모(14) 양은 “사람들이 뒤엉키고 넘어지면서 난리가 났는데도 롯데월드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롯데월드에 안전사고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롯데월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전 7시 5분경 15명을 보냈지만 현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7시 반경 전·의경 450여 명을 출동시켰다. 소방대원 35명이 비슷한 시각에 도착했지만 워낙 인파가 많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롯데월드는 무료 개장으로 혼잡이 계속되자 폐장 시간을 평소보다 5시간 이른 오후 6시로 앞당겼다.

롯데월드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일부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원활한 진행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과 자숙의 의미로 어드벤처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며 “휴장 기간에 내부 시설의 안전은 물론 운영 전반에 걸친 점검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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