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의 발길을 돌리게 했나…토비 도슨 방한계획 취소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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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인 토비 도슨(28·사진)이 너무나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자칭 부모’에게 부담을 느껴 한국 방문을 포기했다. 이 일을 계기로 유명인이 되면 너도나도 부모나 친인척을 자처하는 풍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도슨은 한국인 입양아 캠프에 상담사로 자원봉사하며 수차례 한국을 방문해 친부모 찾기에 나섰지만 무관심 속에서 번번이 실패한 적이 있어 상실감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슨은 21일 “수많은 한국인에게 연락을 받았지만 누구도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친부모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용히 찾고 싶다는 입장을 에이전트인 짐 스피넬로 코치를 통해 한국 기자단에 밝혔다.

그는 “심지어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한 한국 기자는 ‘친부모를 찾았다’고 미국 NBC와 ABC 방송에 제보하기까지 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한국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슨은 당초 26일 한국에 올 것으로 알려졌었다.

도슨은 지금까지 친부모라거나 친부모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e메일만 200여 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입양단체 관계자들은 해외 입양아가 유명세를 타면 수많은 사람이 부모라고 나타나 혼란을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홀트아동복지회 이현주(李賢珠) 간사는 “해외 입양인은 고민 끝에 가족 찾기에 나선다”면서 “여러 차례 가족 찾기를 시도한 도슨은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자칭 친부모에게 큰 혼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방사회복지회 박윤경(朴允慶) 과장은 “보통 해외 입양아가 신문에 사진을 내고 부모를 찾더라도 많아야 전화가 1, 2통이 올 뿐”이라며 “유명세를 타면 연락이 많이 오지만 그나마 신빙성 있는 주장은 거의 없어 입양아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입양아에 대한 사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데도 한 원인이 있다.

1950년대 중반부터 2003년 말 현재까지 해외 입양아는 총 15만2786명. 이 가운데 수백 명이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친부모를 찾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외 입양아의 인적 사항이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록이 있더라도 친부모가 원치 않으면 입양기관에서 관련 기록을 보여 줄 수 없어 해외 입양아가 친부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해 해외 입양아들에게 부모를 찾아 주겠다며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으로 입양된 이모(34·여) 씨에게 국내의 친아버지를 찾아 주겠다고 속여 약 3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신모(38) 씨가 21일 구속되기도 했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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