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림 수법]“조폭 동원” 협박… “집세도 못내” 울먹…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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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6일 브로커 윤상림(54·구속기소) 씨를 추가 기소하면서 윤 씨의 범죄는 28건으로 늘었다.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윤 씨가 보인 ‘엽기적인 행태’ 못지않게 윤 씨가 범행 과정에서 동원한 다양한 수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협박과 읍소, 인맥까지 총동원=윤 씨는 공범인 이치종(구속기소) 씨가 육군본부 사무관 장모 씨에게 받을 돈이 있다고 하자 2003년 4월부터 한 달간 장 씨를 집요하게 협박했다. “헌병감에게 전화해 매장시키겠다. 서방파 폭력조직 두목 김태촌과 친한데 조직원들을 동원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리겠다”는 등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견디다 못한 장 씨는 윤 씨에게 990만 원을 송금했다.

윤 씨는 2003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원랜드에서 도박으로 39억 원가량을 날렸다. 도박자금에 쪼들리던 윤 씨는 2004년 9월 박모 씨에게 “내가 운영하는 호텔이 적자이고 아들이 사법시험 2차에 떨어져 생활이 어렵다”고 ‘읍소’해 5400만 원을 빌린 뒤 2000만 원만 갚고 3400만 원은 돌려주지 않았다.

윤 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거액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경우는 허다하다. 현직 판사 2명이 1억3000만 원을 빌려 줬고,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도 친구를 통해 2000만 원을 ‘빌려 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맥’을 과시하거나 사기 행각으로 돈을 뜯어낸 경우도 많다. 윤 씨는 2002년 파라솔 제조업체인 ㈜명진공업 박모 씨에게 “L사 임원들을 잘 알고 있으니 파라솔 납품량 늘리는 일은 걱정하지 말라”며 1700만 원을 뜯어냈다.

▽윤 씨, “난 몰라”=자신의 범죄 혐의가 28건이나 드러났음에도 윤 씨는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빌린 돈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는 갑자기 미친 척하기도 하고,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24일 첫 공판에 나타난 윤 씨는 차분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한편 검찰은 중소건설업체인 H건설㈜ 대표 이모 씨에게 “국군기무사령부가 (경기) 과천으로 이전하는데 기무사령관에게 부탁해 공사를 따내도록 해주겠다”며 지난해 3월 로비 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윤 씨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8건의 범죄 혐의로 윤 씨를 추가 기소했으며, 이로써 검찰이 5차례에 걸쳐 기소한 윤 씨의 범죄 혐의는 모두 28건이 됐다.

윤 씨는 2004년 6월 포스코건설 박모 본부장에게 “검찰, 경찰 인맥을 이용해 산업재해 사고를 잘 무마해 주겠다”며 부산 수영구 망미동 아파트 토목공사를 H산업에 주도록 요구한 혐의도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기존 수사팀에 검사 3명과 대검찰청 계좌추적요원 5명 등 33명을 보강해 수사 인력을 60여 명으로 확대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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