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한 박현철(朴賢喆·18·전남 목포 홍일고 3년) 군은 소년가장이다.
1차 시험을 1주일 앞둔 8월 박 군의 어머니(51)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졌다. 가족 중 유일하게 생계를 꾸려 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박 군은 눈앞이 캄캄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89)와 지체장애 2급인 아버지(54), 남동생(16·고교 1학년)과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아버지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는 중증장애인.
박 군의 집은 전남 해남군 화산면 바닷가에 있는 8평짜리 컨테이너. 6년 전 대구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80만 원을 받아 왔다.
경북 포항시에서 혼자 지내며 생활비를 보내던 어머니가 숨지면서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박 군은 학교의 배려로 학비를 면제받고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컨테이너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집에 가 할머니와 아버지를 보살피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파일럿에 대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문과반 1등을 놓치지 않던 박 군은 올해 대학입시에서 4년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는 연세대 법학부 ‘한마음 전형’에 합격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 왔던 파일럿이 되기 위해 공군사관학교로 진로를 정했다.
원정재(34) 담임교사는 “현철이가 어머니를 여의고 울면서 공사 시험을 봤다고 털어놓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어려운 형편 속에서 꿈을 이룬 제자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군은 힘들게 살다 저세상으로 떠난 어머니의 유해를 대구 팔공산에 뿌리면서 ‘좌절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시는 것 같아요. 가난은 불편한 것이긴 하지만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박 군은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멋진 파일럿이 돼 나같이 어려운 처지의 학생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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