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士 수석합격 꿈 이룬 소년가장 박현철군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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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박현철 군(점선 안)의 같은 반 친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축하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 목포 홍일고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박현철 군(점선 안)의 같은 반 친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축하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 목포 홍일고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대견하게 여기실 거라고 믿어요.”

올해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한 박현철(朴賢喆·18·전남 목포 홍일고 3년) 군은 소년가장이다.

1차 시험을 1주일 앞둔 8월 박 군의 어머니(51)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졌다. 가족 중 유일하게 생계를 꾸려 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박 군은 눈앞이 캄캄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89)와 지체장애 2급인 아버지(54), 남동생(16·고교 1학년)과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아버지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는 중증장애인.

박 군의 집은 전남 해남군 화산면 바닷가에 있는 8평짜리 컨테이너. 6년 전 대구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80만 원을 받아 왔다.

경북 포항시에서 혼자 지내며 생활비를 보내던 어머니가 숨지면서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박 군은 학교의 배려로 학비를 면제받고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컨테이너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집에 가 할머니와 아버지를 보살피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파일럿에 대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문과반 1등을 놓치지 않던 박 군은 올해 대학입시에서 4년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는 연세대 법학부 ‘한마음 전형’에 합격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 왔던 파일럿이 되기 위해 공군사관학교로 진로를 정했다.

원정재(34) 담임교사는 “현철이가 어머니를 여의고 울면서 공사 시험을 봤다고 털어놓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어려운 형편 속에서 꿈을 이룬 제자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군은 힘들게 살다 저세상으로 떠난 어머니의 유해를 대구 팔공산에 뿌리면서 ‘좌절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시는 것 같아요. 가난은 불편한 것이긴 하지만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박 군은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멋진 파일럿이 돼 나같이 어려운 처지의 학생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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