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가 버린 소녀, 세상이 보듬다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코멘트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뒤 삼촌 부부에게 유산을 빼앗기고 학대받은 A(13·중 2년) 양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본보 12월 10일자 10면 참조

12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양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서울의 장모(38) 변호사는 무료 변론을 약속했고 10여 명이 A 양을 입양하거나 후원금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상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했을 때 시도지사가 법원에 친권상실청구의 소를 제기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A 양의 삼촌인 김 씨가 (A 양에 대한) 친권을 상실하도록 하는 파양(罷養)까지의 법적 절차를 무료로 대행하겠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또 “A 양의 삼촌 앞으로 남은 재산인 전세 보증금(3000만 원)과 A 양의 친할아버지가 받고 있는 A 양 아버지의 유족연금(월 80만 원)을 A 양이 받도록 하는 소송도 낼 것”이라고 밝혔다.

A 양을 보호 중인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와 대구경찰청에는 A 양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거나 후원금을 통해 돕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는 시민이 잇따르고 있다.

교통사고로 숨진 A 양 아버지의 군대 동기라고 밝힌 정모 중령은 “A 양을 내 딸처럼 키우고 싶다”는 뜻을 전화로 알려왔다.

서울에 사는 원모 씨는 “A 양을 돕고 싶다”면서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김모(대구 수성구) 씨는 “중학생인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A 양이 허락한다면 딸로 맞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A 양 아버지의 친구라고 밝힌 문모(경기 용인시) 씨는 대구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교통사고 보상금이 더 많았다”며 김 씨가 가로챈 보상금 내용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을 돕겠다는 사람들을 보니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A 양이 시련을 이기고 꿋꿋하게 살아가도록 좋은 후견인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는 A 양을 돕기 위한 금융계좌(대구은행 053-1004·예금주 아동학대예방센터)를 개설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