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종부세 집단 반발 조짐]“집 한채…왜 투기꾼 만드나”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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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실수요자 잡는 종합부동산세 철회하라’고 적힌 주민 일동 명의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종부세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핵심 카드. 부동산 부자들에게 벌칙성 세금인 종부세를 물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일반 여론도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종부세에 항의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40대 윤모 씨는 “이곳에 10년 넘게 살면서 딱 한 채뿐인 집값이 오르는 걸 지켜본 죄밖에 없는데 졸지에 투기꾼으로 몰려 종부세를 물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되기 때문에 반발 움직임에 동조하는 주민들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토지초과이득세 반대 때보다 심각”

현재 공식적으로 종부세 부과 반대 운동에 나선 곳은 대치동과 청담동 일대. 이 지역 주민들은 변호사는 물론 구의회 의원들과도 연계해 세(勢)를 불리고 있다.

강남구 박남순(朴南順) 구의원은 “아파트 동(棟)대표들이 변호사에게 법률적으로 자문하고 있다”며 “구의회에도 종부세 관련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소송비용을 나눠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 참여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주민들이 종부세의 위헌 사유로 드는 항목은 크게 3가지. 유독 부동산에만 중과(重課)를 하는 것은 부당하고, 주택이나 땅을 갖고만 있어도 세금을 내므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되며,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종부세 자진 신고납부(12월 1∼15일)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인근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토지초과이득세처럼 미리 세금을 내면 나중에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세심판원에는 지금까지도 토초세를 돌려 달라는 심판 청구가 접수되고 있다.

국세청 고위 간부를 지내고 퇴직한 A 씨는 “강남 주민들의 조세저항이 토초세 부과 때보다 훨씬 조직적인 분위기”라며 “특히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종부세를 부과 받은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심하다”고 말했다.

○내년 부과대상 늘어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보다 내년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이 현재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강화되면 올해 7만4212명인 종부세 대상이 27만8000여 명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과세 방식도 개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뀌기 때문에 종부세 관련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대치동 한 아파트단지의 동대표는 “강남이라고 해도 올해는 40평형대 아파트 보유자들은 대부분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이들도 대부분 부과 대상에 포함돼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송파구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갤러리아팰리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중형 평형 거주자들이 벌써부터 내년 종부세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등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각 세무서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는 등 주민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일지
2003년 5월 23일정부, 부동산 과다 보유자 5만∼10만 명 합산 과세 방침 발표
9월 1일행정자치부, 종합부동산세 신설 방침 발표
10월 29일정부, 종부세 2005년 도입 발표
12월 5일재정경제부,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실무팀 발족
2004년 6월 3일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공청회
8월 5일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종부세 반대 의견 발표
8월 18일정부, 부동산실무기획단 출범
10월 19일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 주장
11월 2일국세청, 종부세 도입 대비 기준시가 보완 작업 착수
11월 4일종부세 과세 기준에 대해 당-정-청 합의(주택 9억 원 초과 등)
11월 11일당정, 종부세 세율 및 과세 구간 확정
2005년 12월 1일국세청, 보름간 종부세 자진 신고납부 접수
자료: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등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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