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후원금 어디서 나오나]서울-고대 “동문이 최대후원”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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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1000만 원 이상 정치자금 모금 명세를 출신대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단연 1위였다. 서울대 출신이 아닌 ‘큰손’들도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에게 많은 기부금을 제공했다. 또 서울대 출신 큰손들은 다른 대학 출신 기부자들보다 기부액이 많았다.

▽서울대의 힘=서울대 출신 국회의원 113명이 모금한 기부금 총액은 9억7000만 원. 고려대(36명) 출신 국회의원이 2위(2억5080만 원), 연세대(24명) 출신 국회의원이 3위(2억2847만 원)였다. 하지만 이들 3개 대학 출신 국회의원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은 연세대(952만 원), 서울대(858만 원), 고려대(697만 원)의 순이었다.

성균관대(16명), 이화여대(11명) 등 국회의원 수에서 상위 5위권인 대학 출신 국회의원들도 기부금 모금 순위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다.

큰손들을 출신 대학별로 분류했을 때도 역시 서울대가 기부액 순위 1위였다. 고려대 연세대, 전남대, 한양대가 뒤를 이었다.

서울대 출신 큰손들은 기부 총액의 50%가 넘는 2억6300만 원을 모교 출신 국회의원에게 기부했다. 기부금 제공 순위에서 5위권에 든 대학 출신 큰손들도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출신 큰손들은 기부 총액의 58.9%, 부산대 출신 큰손들은 기부 총액의 55.2%를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에게 제공했다.

실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근식(李根植·열린우리당) 의원은 모금액 3100만 원 가운데 2900만 원을 충남대, 연세대 출신 큰손 등에게서 기부받았다. 서울대 출신 유선호(柳宣浩·열린우리당) 의원은 고액 기부금 전액을 다른 대학 출신 큰손에게서 모금했다.

▽모교 출신 외면하는 비서울대 큰손=비서울대 출신 큰손들은 동문 국회의원에게 그리 많은 기부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대학별 기부금 모금 순위에서 상위권에 든 대학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 출신 국회의원들은 모교 출신 큰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국회의원 출신 대학별 기부금 모금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한 한국외국어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모교 출신 큰손들에게서 기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4위인 성균관대 출신 국회의원이 모교 출신 큰손들에게서 받은 기부금의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이처럼 비서울대 출신 큰손들이 모교 출신 의원을 외면하고 서울대 출신 의원에게 기부하는 것은 서울대 출신 의원들 중 상당수가 건설교통위원회와 재정경제위원회, 산업자원위원회 등 일부 ‘힘 있는’ 상임위원회에 몰려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업 관계자들과 접촉이 상대적으로 잦은 이들 3개 상임위에 소속된 서울대 출신 의원들은 총 31명으로 전체의 43.6%에 달한다.

큰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기업인이 34.9%로 가장 많았으며 회사원이 17.8%, 자영업이 13.5%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임성학(林成學·41·정치학) 교수는 “정치자금에 관한 한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의 힘이나 서울대 출신 기부자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해석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디지털뉴스팀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본보는 국회의원과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의 관계를 지연, 학연, 지역구 내 사업체 소재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본보는 2004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국회의원 정치자금 기부 명세 자료를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았다. 이 자료에는 건당 30만 원 이상, 연간 120만 원 이상 기부 6624건이 담겨 있었다.

이와 별도로 국회의원의 후원회별 정치자금 모금 자료를 구했다. 의원과 기부자 이름, 주소, 금액, 기부 시점이 담겨 있었지만 출신지와 출신 대학, 후원자의 사업장 소재지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취재팀은 서울시립대 임성학 교수의 조언을 받아 모두 1000만 원 이상을 제공한 이른바 ‘큰손’과 국회의원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기부금액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치인과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큰손 257명과 국회의원 295명의 출신지, 출신 대학, 사업장 소재지의 정보를 추가로 수집해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국회의원이나 기부자 수가 적으면 작은 변수도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울산 경남(PK), 대구 경북(TK), 호남, 충청 등 광역 단위로 분석을 시도했다. 강원 및 제주 지역은 국회의원 수가 적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임 교수는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치자금과 선거론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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