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여운 꽃을…‘싱글 맘’이 버린 정신지체 네살배기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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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장애 1급(중증)인 완규(보육원에서 지어준 이름·4세)는 이혼한 ‘싱글 맘’에게서 버려진 ‘홀로 남은 아이’다.

엄마에게서 지하철역에 버려지고 일반 보육원에서도 외면당해 갈 곳이 없던 완규는 최근 10개월여 만에 검찰의 도움으로 삶의 보금자리를 가까스로 찾았다.

완규의 짧은 생후 역정은 가정 해체가 낳은 ‘싱글 맘’ ‘싱글 대디’ ‘홀로 남은 아이들’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본보 ‘싱글 맘’ ‘싱글

대디’ ‘홀로 남은 아이들’ 시리즈 참조

완규는 올해 1월 13일 서울지하철 5호선 방화역에서 한 승객에게 발견됐다. 남편과 이혼하고 완규를 키우기로 했던 엄마 M(29) 씨가 새 남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완규를 이곳에 버린 것.

신고를 받은 경찰은 완규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시립보육시설인 ‘소년의 집’으로 옮겼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남 곡성에 사는 전 남편이 M 씨에게 전화를 걸어 “완규가 보고 싶다”며 서울로 오겠다고 했다.

M 씨는 “완규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전 남편이 “왜 미아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M 씨는 마지못해 경찰에 미아 신고를 하러 갔다.

아이를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를 물어보던 경찰관은 이상한 낌새를 챘다. 정신지체장애가 심해 걷기조차 힘든 네 살 난 아이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갔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됐다.

경찰은 M 씨를 추궁한 끝에 “아이를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사진 대조 작업을 통해 ‘소년의 집’에 넘겨진 완규를 찾아낸 경찰은 또 한번 놀랐다. 완규의 엄마와 아빠 모두 키울 수 없다고 버틴 것. 엄마는 이미 다른 남자와 동거 중이었고, 아버지는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헌정·金憲政)는 ‘소년의 집’ 관계자들과 함께 전국의 장애아 보육시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육시설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장애아 보육시설은 더욱 찾기 힘들었다. 검찰은 전남 아동복지시설, 장성군청 등의 협조를 얻어 가까스로 장성군에 있는 ‘장성상록원’에서 반가운 답변을 받았다. 흔쾌히 완규를 맡아 주겠다고 한 것.

검찰은 25일 아이를 버린 비정한 엄마를 당초 벌금형에 약식기소하려다 처벌 수위를 높여 불구속 기소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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