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계천 화려한 부활 뒤에 가려진 ‘그늘’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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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이야 성공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서울 종로3가 세운상가 인근에서 공구상을 하는 이모(50) 씨는 “청계천만 보면 피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복원 후 경관이 좋아지고 사람은 많이 몰리지만 정작 자신의 가게는 자꾸만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장사가 안 되니까 건물 주인이 임대료를 10% 정도 내려줬다”며 “청계천으로 인해 상권이 부활한다는 것은 광화문 주변이나 단순 소매점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개장 후 14일 오후까지 350만 명이 다녀간 청계천. 이제 청계천은 외국인 관광객에게까지 인기 상품이 될 정도로 화려한 부활을 자랑하지만 아직도 상권, 교통, 안전 등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규 손님이 없다”=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늘어선 청계3가 공구상 거리에서 손님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S공구상을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사람이 몰린다고 상권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 업종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심한 주정차 단속으로 신규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모터, 전기용품 등은 부품이 무거워 차가 필수적인데 5분만 세워놓으면 바로 위반 딱지가 붙는다는 것. 또 주요 고객인 학교 실험실, 영세 사업자 등은 한 번에 한 가지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온 김에 이곳저곳을 돌며 여러 부품을 사는 특성으로 인해 주차가 힘들어지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주변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이곳의 주차 요금은 10분당 1000원으로 부담스러운 편이다.

김 씨는 “몇 천 원 싸다고 오는 손님들이 4000∼5000원씩 주차 요금을 낸다면 누가 여기 오겠느냐”며 “단골들도 이제는 아예 배달을 요구해 물류비가 더 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약속한 송파구 문정동 이전 계획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인도 상당수다.

D공구상을 운영하는 한모(56) 씨는 “내년 6월이면 서울시장이 바뀌는데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위태로운 시민들=세운상가 앞 세운교 주변 난간에는 청계천을 비추기 위한 조명등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조명등에 연결된 전선에 고압 전류가 흐른다는 점. 그러나 안전 대책은 ‘고압 전선 주의’라고 쓰인 문구가 고작이다.

회사원 이용진(33) 씨는 “고압 전선 사이로 몸을 내밀고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며 “조명도 좋지만 고압 전선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때문에 도로가 좁아지다 보니 횡단보도가 무용지물인 곳도 많다. 신호등은 있지만 급한 사람들은 무작정 건너가기 때문. 도심을 벗어나 중하류 쪽으로 가면 도로와 인도가 사실상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무분별하게 건너다니는 시민도 상당수다.

▽편의시설 부족=관람객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지만 벤치나 식수대 등 편의시설은 상당히 부족한 편. 자원봉사자들이 안내 지도를 나눠 주기는 하나 관람객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14일 청계천 견학을 온 M유치원생 40여 명은 광교 밑에서 점심을 먹기도 했다. 유치원 인솔 교사 이모 씨는 “아이들이 청계천을 둘러보며 즐거워했지만 단체로 쉴 공간이 없어 산책로에서 신문지를 깔고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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