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찢긴 ‘싱글 맘’…야근나간 사이에 형제 화재참변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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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먹고살기에 바빴어요.”

일하러 나가며 이웃에게 맡긴 두 아들을 화재로 잃은 ‘싱글 맘’ 김모(36) 씨는 ‘사는 게 힘들다 보니’ 흐를 눈물도 말라버린 듯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제빵공장에 다니는 김 씨는 한 달에 10여 차례나 야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어린 아들들(6세, 4세)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김 씨는 11일 오후 7시경 서울 서초구 원지동 ‘개나리마을’ 비닐하우스촌 홍모(54) 씨 집에 형제를 맡겼다. 홍 씨가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아원 등을 보낼 경제적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이날 오후 11시경 홍 씨 집 등 비닐하우스 3동을 태운 불은 이들 형제를 앗아갔다. ‘펑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번진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주민들도 이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화재가 났을 때 홍 씨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홍 씨는 귀갓길에 주민들에게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고, 김 씨는 자식들이 숨진 것도 모른 채 근무하고 있었다.

김 씨는 “내가 결국 아이들을 ‘죽음의 장소’에 데려다 줬다”며 괴로워했다.

경찰은 이들 형제가 평소 라이터로 불장난을 자주 했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이날도 이들이 불장난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아이들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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