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계천 복원후 처음 맞는 평일…달라진 풍속도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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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이후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속도가 바뀌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처음 맞는 평일인 4일 낮 직장인들은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 뒤 동료들과 함께 청계천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한가로이 가을 햇살을 즐겼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청계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종승  기자
청계천 복원 이후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속도가 바뀌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처음 맞는 평일인 4일 낮 직장인들은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 뒤 동료들과 함께 청계천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한가로이 가을 햇살을 즐겼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청계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종승 기자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첫인사가 ‘청계천 가봤니?’죠.”

주말과 휴일의 새물맞이 기념행사가 모두 끝나고 4일 첫 평일을 맞은 청계천. 170여만 명의 인파가 몰린 1∼3일에 비해 한가로웠지만 이전과는 다른 풍속도를 보여줬다.

우선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바위에 앉아 기타를 치며 휴식을 즐기는 인근 직장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동료들끼리 팀을 이뤄 점심시간에 운동 겸 산책을 즐기는가 하면 물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기도 했다.

또 근무가 끝난 후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로도 청계천이 1순위로 꼽혔다.

회사원 이용진(34) 씨는 “직장이 광화문 지역에 있어 청계천에 안 가보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라며 “점심시간에 다리 밑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책을 보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 근처 산으로 등산을 가던 중장년과 노인층도 청계천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이연성(63) 씨는 “매일 인근 아차산으로 등산을 다녔는데 오늘부터 청계천을 걷기로 했다”며 “물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5km 넘게 걷기 운동을 하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퇴근 후 어김없이 술집을 찾던 회사원들도 술 대신 청계천 야경을 벗 삼았다. 회사원 박인택(36) 씨는 “근무가 끝나면 늘 맥주 한 잔을 하곤 했지만 오늘은 친구와 청계천을 함께 거닐었다”며 “마치 어린 시절 동네 강가를 뛰놀던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자연스럽게 어릴 적의 꿈, 우정, 사랑 같은 대화가 나오는데 하천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은 아름다운 모습과 더불어 높아진 시민의식에 또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기자가 점심시간을 전후해 걸은 청계광장∼관수교 1.3km 구간에서는 단 한 개의 쓰레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흡연자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청계천 5.8km 구간에서 쓰레기는 1일 495kg, 2, 3일에는 300kg이 발생했다. 이는 개장 첫날 15만 명이 12t의 쓰레기를 버린 서울숲과 비교하면 놀라울 만큼 적은 양이다.

또 비록 전날까지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몰려 산책로 주변 잔디가 대부분 짓밟히기는 했지만 잔디 이외에 물억새, 털부채꽃, 찔레 등의 식물들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산책로 중간 중간에 인근 지리가 표시된 안내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오전에 이곳을 찾은 김인겸(33) 씨는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어 다시 시작 지점인 청계광장까지 거슬러 올라왔다”며 “거리 표시와 인근 지도가 함께 부착돼 있으면 더욱 편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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