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50代 中企사장, 10개월째 행방불명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코멘트
수백억 원대의 재산가가 실종된 지 10개월이 지났으나 행방을 밝힐 만한 단서가 없어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다.

실종된 사람은 중소기업 대표인 박찬주(53·경기 고양시·사진) 씨. 박 씨 형제들은 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1억 원의 사례금을 내걸었다.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8시경 자택인 단독주택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다 사라졌다. 박 씨의 동생은 박 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박 씨 집에서 낮에만 잠시 일하는 파출부도 박 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같은 달 16일 경찰에 신고했다. 박 씨는 아내 A 씨와 딸이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나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실종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박 씨 집에서 금품이 그대로 있고 박 씨가 누군가와 다툰 흔적도 없자 고민에 빠졌다. 박 씨 주변을 탐문 수사한 경찰은 박 씨가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박 씨 딸의 과외 교사인 B 씨가 예술고교 입학 비용으로 7000만 원을 받아가는 등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B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말 구속했다. B 씨는 1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B 씨는 A 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갔다가 지난해 10월 말 귀국해 11월 1일 박 씨를 만난 뒤 같은 달 16일 출국했다. 경찰은 “B 씨가 수사 초기 박 씨를 납치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가 나중에 경찰의 고문 때문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 형제들은 A 씨와 B 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리되자 항고했다. 이에 맞서 A 씨와 B 씨는 박 씨 형제들을 감금 폭행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A 씨가 남편의 실종사건에 관련됐다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양측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씨는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 토지와 현금 등 300억 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다. 박 씨가 숨진 것으로 확인되거나 실종된 지 5년이 지난 뒤 법원의 실종선고가 있어야 이 재산에 대한 상속이 시작될 수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