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 적발…김주용 前사장 구속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1999년 5월 옛 고려산업개발의 2000억 원대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사 자금 250억 원이 투입된 주가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영수·朴英洙 중앙수사부장)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고려산업개발 부도 과정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주가 조작과 2400억 원대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로 전 고려산업개발 대표 김주용(金柱瑢) 씨를 구속기소하고, 노무비 과다계상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후 빼돌린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인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 이진호(李震浩·미국 체류 중) 씨를 내사 중지했다.

내사중지는 신병을 확보하기 힘든 외국인에 대해 수사를 일단 중지하는 조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1999년 5월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현대그룹 계열사 전체의 주가가 급락하자 컨설팅 회사인 S사 도모 씨 등과 짜고 현대그룹 계열사이던 고려산업개발 자금 25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자금 투입으로 고려산업개발의 주가는 한 달 만에 5100원에서 6100원으로 올랐으며, 이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 금액이 최소 2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 김 씨는 현대그룹 계열사이던 고려산업개발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 해인 1996년부터 1998년까지 2413억 원을 분식회계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13차례에 걸쳐 2452억 원을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 씨는 1998년 8월∼2000년 12월 노무비 과다계상으로 13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 건물 공사비 21억 원을 회사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34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내사 중지됐다.

이 씨는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몽우(夢禹·전 현대알루미늄 회장·1990년 사망) 씨의 처남이다.

고려산업개발은 2001년 부도 처리된 뒤 법정 관리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두산건설과 합병돼 두산산업개발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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