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盧대통령 지역주의에 정권 건다면 의도 있을것”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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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점에서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청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崔章集·정치학·사진) 고려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발행) 개정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및 지역주의 관련 발언과 국정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지난해 3월 국회가 노 대통령을 탄핵하자 “의회다수파가 민주화의 결과로 성립한 헌정체제의 가장 핵심 부분을 공격하고 마비시킴으로써 헌정체제에 중대한 손상을 가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최 교수의 비판이 더욱 눈길을 끈다.

○ 지역주의 본질 잘못 파악

최 교수는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권 정부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태도는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 갈등과 균열 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꼬집은 것.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를 거치면서 지역감정이 상당히 줄어들었는데도 이를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것.

최 교수는 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 등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지역감정 해소 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지방자치정부와 지방 이익단체들 간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게 이유.

여권이 지역주의 극복 대안으로 내세우는 선거제도 변경에 대해서도 “보수독점적 양당체제가 강화되고,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지역갈등구조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現정부 민주주의 어두운 그림자

최 교수는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핵심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이를 우회 혹은 초월하여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지도자의 역사적 결단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게 그의 냉정한 평가다.

그는 노무현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잠재력과 자원이 고갈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현재 상황의 엄중함은…(이전의 민주정부에 비해) 훨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진단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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