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제제로 에이즈감염 첫 인정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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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백춘기·白春基)는 4일 혈액제제를 투입한 뒤 에이즈에 감염됐다며 이모(16) 군 등 혈우병 환자와 가족 69명이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군과 이 군 가족에게 모두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처음으로 혈액제제 투입과 에이즈 감염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혈액제제의 제조에 필요한 혈액을 채혈, 조작, 보존, 공급하는 업무는 이용자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혈액관리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런 의무를 위반한 데다 피고의 과실과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군은 2세 때인 1990년 11월부터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받는 동안 에이즈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1993년 3월 검사에서 처음으로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군과 이 군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채권시효가 소멸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녹십자홀딩스 측은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며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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