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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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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생존경쟁을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구실적 중간평가나 첨단공학 분야의 단과대 통합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본보 15일자 A1·3면 참조
▽기대와 우려=대부분의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의 연구사업단에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첫 심사에서 탈락한 대학이 사업 3년째 실시하는 ‘중간평가’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데 대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부경대 박맹언(朴孟彦·환경지질과학과) 교수는 “예산이 늘고 지원자격이 완화되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져 지방대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방대도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역량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원대상 선정과 중간심사 과정이 엄격하지 않으면 엄청난 국고를 쓰고도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부는 첨단공학 관련 학과와 학부의 통합유도 방향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충남대 김진미(金珍美·생명공학부) 교수는 “신설되는 대학이라면 모를까 이미 터를 닦아놓은 단과대나 학부를 강제로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와 영남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유사학과의 통폐합마저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교육대 심성보(沈聖輔·윤리교육과) 교수는 “19개(38개중 대형산업분야) 지원분야별로 10개 대학을 선정한 뒤 여기서 탈락한 수도권 대학이 소규모 학과 지원분야에 참여해 연구비를 독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자문단의 권고=이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자문단으로 참여해 온 미 국립 아르곤연구소의 조양래 박사는 “BK21 사업은 해외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훌륭한 연구육성 사업”이라고 말했다.
1단계 사업에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가 증가하고 논문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으며 대학의 경쟁적 연구 풍토가 조성된 점은 훌륭한 성과라고 그는 지적했다.
조 박사는 “2단계 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단기간에 업적을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박사는 특히 “보다 많은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예산을 지원하되 중간평가는 대학이 실적보고서를 내는 데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정부가 실태조사를 나가서 보고서를 만들어 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 선도적인 연구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의 유두영(柳斗榮) 교수는 “한국은 관련 분야 간의 벽이 너무 높아 기초 장비를 공유하거나 연구를 연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학의 구성원이 학과 또는 학부별로 지나친 권위의식을 버리고 공생의 길로 나가는 겸허한 태도를 보여야 하며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특성화 단과대 움직임▼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2단계 BK21 사업에서는 비슷한 학과나 학부의 통합을 유도하는 ‘학제간 융합 지원’ 분야가 신설돼 대학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 환경공학, 정보통신공학, 초정밀원자공학, 우주항공공학, 문화관광 콘텐츠공학 등 6개 첨단공학 분야를 특성화된 단과대로 만들어 응모하는 대학에 전체 예산의 최고 20%(연간 8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서울대는 2001년부터 논의한 ‘스페이스&네이처(space&nature)’대학과 ‘바이오사이언스’대학의 설립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네이처대는 환경대학원, 사회대 지리학과, 자연대 지구환경과학부, 공대와 농생대의 일부 학과를 통합한 대학. 바이오사이언스대는 의대, 약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공대와 농생대의 일부 학과를 합치게 된다.
고려대의 경우 생명환경과학대학을 생명과학대학에 통합해서 2006학년도부터 통합된 단과대에서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지방 캠퍼스를 중심으로 이미 이런 분야의 통합 단과대를 만든 경희대와 명지대 등도 유리한 입장이다.
중앙대 최경희(崔慶喜·물리학과) 자연대학장은 “규모가 작지만 경쟁력 있는 몇 개의 학과를 합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며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공학, 공대 재료공학, 유체역학 관련 학과의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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