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씨 1억달러 밀반출 무죄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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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金龍潭 대법관)는 10일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2000여억 원을 불법대출한 혐의(재산국외도피 등)로 구속기소된 최순영(崔淳永·사진) 전 신동아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7년과 추징금 2749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외화 2억6000만 달러를 밀반출한 혐의 중 1억 달러 부분에 대해서 “원심(항소심)이 무효인 법조항에 근거해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1억6000만 달러에 대해 적용한 법조항도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 등에 비춰 범죄행위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전 회장에 대한 형량과 추징금은 경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억6000만 달러 부분은 원심 재판부의 추가 심리 결과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원심은 1억 달러 부분에 대해 옛 외국환관리 규정을 근거로 ‘범죄 도박 등 사회질서에 반하는 거래인데도 (당시) 재정경제원 장관의 허가 없이’ 거래를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이 규정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199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됐다”며 “이 규정에 근거해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억6000만 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4조1항의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조항을 적용했지만 이 문구 역시 범죄행위를 충분히 특정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원심은 구체적으로 어느 법령을 위반했고 실제로 이 법령을 위반한 것인지 심리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 측이 제기한 나머지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이 적절했다며 기각했다.

최 전 회장은 1996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수입서류를 위조해 국내 은행에서 수입대금 명목으로 1억8000만 달러를 대출받아 이 중 1억6000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상환능력이 없는 그룹 계열사에 1조2000여억 원을 불법대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이 사건과 별개로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해 1억 달러를 유출한 뒤 이 중 80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한 혐의와 대한생명의 회사자금 172억 원을 신동아학원과 K재단에 기부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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