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조폭난동 쉬쉬하는 대전 경찰

  • 입력 2005년 6월 8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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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배도 아니고 싸우지도 않았다. 병원 응급실 밖에 서성이고 있어 해산시켰을 뿐이다.”

20대 청년 10여명이 2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둔기를 들고 난입해 환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관할 대전 둔산경찰서 측은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이날 오전 6시 20분 경 머리를 다친 20대 청년과 동료 4, 5명이 응급실에 입원하려다 그대로 사라졌다. 10분 후 다리에 칼로 베인 상처를 입은 H(25) 씨가 응급실에 입원했다. 두 부상자들의 동료인 건장한 청년들이 응급실로 찾아와 위력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두 폭력 집단이 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겨 대치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한 일이라고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문제의 청년들을 해산시키고 H 씨 등의 신원을 적어간 것뿐이다. H 씨의 상처에 대해서는 “자해했다”는 H 씨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경찰이 응급실 밖에서만 서성댔다고 밝힌 이들 청년들은 실제로 둔기를 들고 응급실을 헤집고 다니는 광경이 병원 폐쇄회로TV(CCTV)로 확인됐다.

폭력배의 응급실 난동이 아니냐는 일부 취재진의 물음에 “없는 얘기 만들어 내지 말라”던 경찰은 다음날 두 부상자가 대전지역 폭력조직과 관계가 있고 2일 새벽 칼부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준비된 경찰’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의 3일 충남경찰청 방문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권력은 경찰청장이 아니라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취재진에 대한 거짓 해명은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총수 보다는 시민에 눈을 맞추는 조직이 보다 환영받지 않을까.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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