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경찰 70명 눈뜨고 당했다…납치범들 2억챙겨 도주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20분


코멘트
50대 중소기업 사장 부인이 괴한들에게 납치된 지 이틀 만에 2억 원을 주고 풀려났으나 경찰이 눈앞에서 납치범들을 놓쳐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오전 5시경 K건설업체 사장 고모(58) 씨의 부인 김모(59) 씨가 대전 중구 용두동 인근의 찜질방에서 나와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타려다 납치됐다. 이후 납치범들은 10여 차례에 걸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4억 원을 요구했으며 여러 번 약속 장소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격을 따돌렸다.

납치범들은 24일 오전 1시경 김 씨의 아들(27)에게 어머니의 벤츠 승용차를 타고 대전 유성구 노은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도로로 나오도록 해 동승한 뒤 인근의 야산 약수터로 가 1만 원권 1억9600만 원이 담긴 검은색 학생용 가방을 넘겨받고 김 씨를 풀어줬다.

경찰은 사복경찰 등 70여 명을 인근 도주로에 배치해 두었다가 “김 씨가 풀려났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납치범을 추격했으나 검거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또 납치범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돈 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 두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적에도 실패했다.

경찰은 납치 당시 납치범의 손을 물었다는 김 씨의 말에 따라 벤츠 승용차에 묻어 있는 혈흔을 범인의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충청도 말씨를 쓰는 30대가량의 남자 3, 4명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