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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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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碩學)으로 꼽히는 로버트 배로(61)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한국의 교육제도와 노동시장, 경제정책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본보와 고려대 공동 주최로 열린 ‘2005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배로 교수는 이날 고려대 안암캠퍼스 100주년기념관에서 이종화(李鍾和·45)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담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년 후의 경제성장률’은 ‘현재 교육의 질’이 결정한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현재 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평등주의적(egalitarian) 사고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는 가능한 한 교육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로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친시장적이어야 하는데 한국정부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다”면서 “최근 초기의 ‘친노동정책 기조’에서 다소 바뀌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에서 충분히 변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40년간 놀라운 성장을 했기 때문에 이제 과거처럼 높은 성장이 쉽지 않은 데다 정부가 친시장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이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경직된 노동시장은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실업률만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와 관련해 “서울에 사람이 몰려들고 기능이 몰려 있는 것은 서울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옮기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주장했다.
배로 교수는 해마다 노벨 경제학상 ‘0순위’로 거론되는 정상급 경제학자로 그동안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40년간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성취한 국가’라며 높게 평가해 왔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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