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철학교육]생활속 질문서 철학을 끄집어내요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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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철학교육에 관심을 쏟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 7일 서울 QP어린이철학교실이 마련한 ‘부모를 위한 과학철학 교육법’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이종승 기자
“철학 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철학교육에 관심을 쏟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 7일 서울 QP어린이철학교실이 마련한 ‘부모를 위한 과학철학 교육법’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이종승 기자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엄마, 사람은 다 죽는 거예요? 난 죽기 싫은데’라고 말하더군요. 그 후로도 어려운 질문을 곧잘 던지는데 대답을 할 수가 있어야지요.”

7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QP어린이철학교실’이 마련한 ‘부모를 위한 과학철학 교육법’ 강좌에서 만난 배민주(40·경기 고양시 일산구) 씨는 딸과 자신이 철학 공부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QP어린이철학교실 곽병관 대표는 “철학은 무겁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학부모가 많아 학부모 강좌를 열게 됐다”며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철학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철학.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 유아, 어린이 시기에 철학적 질문 왕성

최근까지 철학은 너무 어려워서 어린이에게 가르치기 어렵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아, 어린이 시기를 철학적 질문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본다.

서울대 황경식 철학과 교수는 “성인이 실용적 사고에 젖어있는 반면 아이는 세상, 우주, 자연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며 “초등학교 3, 4학년만 돼도 철학적 사고는 위축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어린이철학이 새로운 학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IAPC)는 “만 4, 5세가 되면 아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접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철학이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체계를 배우거나 진리를 탐구하는 것뿐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간단한 것이 독서를 통한 대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철학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크라테스적 대화법’. 제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진리를 찾아갈 때까지 해답을 주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처럼 아이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라는 것이다.

QP어린이철학교실 전영삼 연구개발실장은 “가장 간단한 것이 독서를 통한 대화”라며 “아이와 함께 책을 찾고 ‘왜 그럴까?’라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자 뉴턴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왜 떨어질까?”, “왜 하필이면 밑으로만 떨어질까?”라는 의문을 가졌듯이 아이가 이런 궁금증을 갖도록 유도하라는 것.

전 실장은 “‘키가 작아 놀림을 받은 아이’에 대한 책을 읽었다면 ‘누가 누구를 놀렸니?’라는 일차적 질문보다는 ‘키가 작다는 것이 놀림감이 될까?’라는 식으로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는 질문이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엄마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열린 질문’에 대해 “쓸 데 없는 생각하지 말라”거나 “다음에 대답해 줄게”처럼 핀잔을 주는 등 아이의 ‘철학적 사고’를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성균관대 손동현 철학과 교수는 “사춘기가 되면 자의식이 싹트면서 반성적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고민을 할 때는 ‘공부나 해라’고 말하지 말고 아이에게 철학책을 권해 주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고 말했다.

○철학 교육기관서 글쓰기도 병행

대부분의 교육기관들은 자체 개발한 교재를 활용하고 있으며 글쓰기(논술) 수업도 병행한다. 모든 교육기관들은 초등부 중등부 등 연령별로 학생을 나눠 수업한다. 또래 5, 6명이 팀을 이뤄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는 1986년 서울교육대 동아리 철학연구회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국내 최초의 어린이철학교육기관이다. 현재 수도권에 7개의 분원이 있다.

처음 철학교실을 찾는 학생에게는 기초반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철학의 기초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본적 태도를 가르친다. 발전반에서는 ‘뉴스와 철학’ ‘과학에게 묻는다’ 등의 수업을 통해 과학적 개념의 본질 등을 배운다. 심화반에선 ‘역사철학’과 ‘윤리철학’ 등을 통해 역사적인 문제와 시사적인 문제들을 연계해 다룬다.

또 ‘옳고 그름’ ‘당위’ ‘권리’ 등의 개념에 대해 배우며 아이들은 보편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KP어린이철학교육원은 “토론과 글쓰기는 물론 하버드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개발한 사고력 개발프로그램 ‘오디세이’ 등을 통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과학철학(초등 1, 2학년), 수리철학(3, 4학년), 역사철학(5, 6학년), 시사철학(중학생)으로 단계별로 철학교육을 진행한다.

어린이철학교육연구회 지혜사랑은 철학과 철학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의 모임으로 방문 수업 위주의 교육을 한다. 자체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부모가 원하는 분야에 중점을 둔 수업을 해준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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