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간 보디가드… 일진회 폭력 막아주고 학원스케줄도 관리

  • 입력 2005년 4월 2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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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경호업체 사무실에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A(42) 씨가 찾아왔다. 그는 “얼굴에 피멍이 든 채 집에 온 아들이 혼자서는 학교에 가기 무섭다고 했다”며 상담을 의뢰했다.

최근 ‘일진회’ 등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자녀의 신변보호를 경호업체에 의뢰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부터 학원 스케줄 관리까지=이 업체는 현재 10명의 청소년 경호를 하고 있다. 이들 모두 3월에 계약한 청소년으로 초등학생이 2명,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각각 4명씩이다.

업체 측은 “경호 사실을 학부모만 알고 학생 자신은 모르는 ‘비노출 경호’도 많다”며 “학교폭력으로부터 지켜달라는 주문이 가장 많지만 질 나쁜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게 하거나 학원에 빠지지 않도록 스케줄 관리를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문 경호업체의 경호서비스 비용은 한 달에 250만∼350만 원.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학부모들의 문의는 꾸준하다.

인천의 B 경호업체도 지난해까지 청소년 경호 의뢰가 없었지만 최근 3건을 계약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호원이 직접 학교에서 가해 학생들을 만나 ‘피해 학생의 삼촌 혹은 형’이라고 한 뒤 무언의 압박을 주거나 타일러서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자녀들을 현지에서 경호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들 업체들은 ‘유학생만 골라 전문적으로 사기를 치는 전문 사기단도 급증하고 있다’, ‘유학 자녀의 집단 따돌림과 약물중독으로부터 자녀를 지켜주겠다’며 고객들을 끌고 있다.

▽휴대전화 이용이나 ‘품앗이 경호’도=비용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에게 최근 휴대전화를 이용한 보디가드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녀가 휴대전화로 긴급호출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설정돼 있는 보호자와 긴급통화가 되고 미리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메시지가 전해지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 이동통신사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지금까지 1만7000여 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은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해 아이들을 교대로 등·하교시키는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설 치안’ 격인 자녀 경호서비스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높은 사회적 비용만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림대 조은경(趙恩慶·범죄심리학) 교수는 “학교폭력에 불안해하는 학부모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보디가드를 이용한 신변보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가급적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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