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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2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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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족과 지인들의 눈을 찌르거나 집에 불을 질러 6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28일 엄모(28·여)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엄 씨는 2000년 5월 당시 남편 이모(26) 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오른쪽 눈을 핀으로 찔러 실명케 했다. 이어 2001년 6월에는 잠자고 있는 이 씨의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부었고 같은 해 9월과 2002년 1월에는 흉기로 배를 찔렀다.
이로 인해 입원한 남편 이 씨가 2002년 3월 합병증으로 숨지자 엄 씨는 이 씨의 자해 행위로 위장, 보험사로부터 2억8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겼다.
재혼한 엄 씨는 2002년 11월 새남편 임모(31) 씨를 같은 방법으로 실명케 해 3800여 만 원을 보험사로부터 타냈다. 그는 이어 2003년 7월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어머니 김모(55) 씨를, 같은 해 11월에는 자신의 오빠(31)의 눈에 염산을 넣어 실명케 하는 등 엽기 범죄행각을 이어나갔다.
엄 씨는 또 지난해 4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오빠의 링거에 독극물을 투여했으나 죽지 않자 올 1월에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실명한 오빠와 남동생(27)에게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올 2월에는 자신의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던 강모(46·여) 씨 집에 불을 질러 강 씨 가족 4명을 다치게 했으며 이 중 강 씨의 남편(51)은 화상을 입고 치료 도중 숨졌다.
엄 씨는 지난달엔 난치병에 걸린 자신의 아들(3)과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던 교통사고 환자의 애인 전모(24·여) 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919만 원 상당을 결제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전 씨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엄 씨는 2000년 딸이 뇌진탕으로 사망하자 우울증에 걸려 마약 중독에 빠졌으며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을 이용해 잇달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월에 강 씨 일가족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방화 미수사건이 나자 엄 씨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엽기적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은 엄 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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