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녀와의 대화 “이런 말은 피하세요”

  • 입력 2005년 4월 25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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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K 군은 현재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상위권 성적에 예의 바르고 성실했던 K군은 얼마 전 갑자기 수업시간에 정신이 멍해지는 증세를 느낀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K 군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조차 심한 거부감을 갖게 됐으며 부모와 교사, 의사 등에게 적대감을 보일 정도였다.

진찰 결과 K 군의 상태는 아버지에게 받는 심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해 온 K 군의 아버지는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 아버지는 평소 K 군에게 “너 만은 반드시 일류대에 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고 K 군은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 온 것이다.

인격이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 군의 사례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부모가 자녀를 조금만 더 사려 깊게 대하면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이나 말에 부모가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정중하고 다정하게’ 원하는 바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부모의 생각과 태도를 바꿔 자녀 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부모용 자녀교육 프로그램인 ‘부모들의 생각 바꾸기’를 책자와 동영상으로 제작해 최근 시도교육청을 통해 보급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와의 대화법, 성교육, 자녀 재능 발견하기 등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위주로 구성됐다.

○ 대화로 풀어 보세요

초등학교 1학년 박성원 군은 학교에 입학한 뒤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사귀지 못한 것.

아이가 학교문화에 익숙해지지 못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박 군의 부모는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 야단을 치게 됐고 박 군은 점점 말수도 줄었다.

고민하던 박 군 부모는 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상담 전문가는 아이와 대화를 자주 하고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은 함께 상의해 결정하도록 권했다.

박 군의 부모는 주말이면 요리도 같이 하고 나들이도 자주 하면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 나갔다. 박 군도 예전처럼 점차 웃음을 되찾아갔다. 요즘은 학교에 가는 것도 즐거워졌고 친구들과 학원도 함께 다닌다.

○ 미리 요청하고 칭찬하세요

아침에 이부자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평소 방 정리를 잘 하지 않는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많다.

“엄마가 네 하인이냐? 언제까지 엄마가 너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니?”

이럴 때는 자녀의 잘못을 강조하는 대신 “엄마는 네가 이부자리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커서도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를 내기 전에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라는 것이다.

자녀에게 미리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이를 잘 수행하면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간식을 먹고 난 뒤 접시를 그대로 두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기보다는 간식을 줄 때 미리 “접시는 부엌에 갖다 놓아라”라고 정확히 말하고 이를 지키면 칭찬해 주는 것이좋다.

○ 비난 강요는 안 돼요

△‘…을 꼭 해야 한다’(명령, 강요) △‘…하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경고, 위협) △‘…하는 게 네 문제야. 네가 왜 틀렸느냐 하면…’(훈계, 설교) △‘너는 게을러서…’(비판, 비난) 등은 부모가 피해야 할 대화법이다.

이런 표현들은 저항이나 말대꾸, 의존성, 방어적 자세, 열등감 등을 유발하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생각 바꾸기’ 프로그램은 “부모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자녀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유수정 부모교육지도자회장은 “자녀에게 말을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과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얘기한 뒤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말들은 피하세요
부모의 말자녀의 예상 반응
(느낌, 영향)
“너는 반드시”, “…해야 한다”-공포감이나 심한 저항 유발, 반항적 행동, 말대꾸 증가
“만약…하지 않으면, 그때는…”, “…하는 게 좋을 거다”-공포감, 복종 유발
-원망, 분노, 반항 유발
“너는 …해야 한다”, “…하는 것이 네 책임이다”-의무감, 죄책감 유발
-자기 입장 고집하고 방어
-자기의 책임감을 불신한다고 생각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너한테 충고하겠는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암시
-스스로 문제해결 노력 방해
-의존성, 저항감 유발
“네가 왜 틀렸냐 하면…”, “문제가 되는 것은…”-방어적인 자세와 반론 유발
-열등감, 무력감, 거부감
“너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너는 게을러서…”-무능력, 어리석음
-대화 단절
-열등의식

이렇게 얘기해 보세요
방법내용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네가 양말을 벗어 아무데나 던져 놓으니까, 지저분하게 보이고 냄새가 난다”
부모의 생각을 전달한다“엄마가 일일이 네 뒤를 따라 다니며 치우다 보면 내가 네 심부름꾼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힘들다”
부모의 감정을 말한다“양말을 치울 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
자녀에게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말한다“앞으로는 집에 돌아오면 양말을 벗어 빨래 바구니에 넣어두면 좋겠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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