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4시 25분경 충남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H고교 인근 도로에 세워진 쏘나타Ⅱ 승용차가 불타고 있는 것을 학교 청소원 박모(64)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승용차 안에는 이 학교 3학년 이모(18) 군의 아버지 이모(47·카센터 운영) 씨와 어머니 장모(44) 씨, 여동생(15) 등 3명이 불에 탄 채 숨져 있었다. 차 안에서는 폭발한 휴대용 부탄가스 15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군이 “11일 밤 아버지가 차 안에 휘발유를 뿌린 뒤 ‘이럴 바(학교 부적응)에야 함께 죽자. 내릴 사람은 내려라’고 해 문을 열고 나와 돌아다니다 상황이 궁금해 돌아왔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씨가 아들 문제를 비관해 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H고에 따르면 이 군은 중학 시절에는 1, 2등을 다퉜으나 고교에 들어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며 성적이 최하위로 떨어졌다.
H고는 전국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인문계 명문 고교로서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 군의 부모는 지난해 12월 학교 측의 권유로 2주가량 이 군을 집으로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군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아들이 H고에 입학하자 명문학교에 들어갔다며 동네잔치까지 벌였는데 기대감이 무너지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이 군을 괴롭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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