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딸 승용차서 동반자살… 아들 학교 부적응 비관한듯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28분


코멘트
아들의 학교생활 부적응을 비관한 부모가 승용차에 불을 질러 동반 자살했다. 이로 인해 함께 차에 타고 있던 15세 딸도 목숨을 잃었다.

12일 오전 4시 25분경 충남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H고교 인근 도로에 세워진 쏘나타Ⅱ 승용차가 불타고 있는 것을 학교 청소원 박모(64)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승용차 안에는 이 학교 3학년 이모(18) 군의 아버지 이모(47·카센터 운영) 씨와 어머니 장모(44) 씨, 여동생(15) 등 3명이 불에 탄 채 숨져 있었다. 차 안에서는 폭발한 휴대용 부탄가스 15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군이 “11일 밤 아버지가 차 안에 휘발유를 뿌린 뒤 ‘이럴 바(학교 부적응)에야 함께 죽자. 내릴 사람은 내려라’고 해 문을 열고 나와 돌아다니다 상황이 궁금해 돌아왔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씨가 아들 문제를 비관해 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H고에 따르면 이 군은 중학 시절에는 1, 2등을 다퉜으나 고교에 들어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며 성적이 최하위로 떨어졌다.

H고는 전국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인문계 명문 고교로서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 군의 부모는 지난해 12월 학교 측의 권유로 2주가량 이 군을 집으로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군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아들이 H고에 입학하자 명문학교에 들어갔다며 동네잔치까지 벌였는데 기대감이 무너지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이 군을 괴롭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