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한류 배우러 왔어요”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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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아마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아시아 각국 학생들은 “모국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모국을 알리는 문화 교류의 프런티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엘누라 압둘라예바(우즈베키스탄), 핌 주아시리푹디(태국), 추라이완(말레이시아), 리싱예(중국), 타오준위(중국) 씨. 원대연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아마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아시아 각국 학생들은 “모국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모국을 알리는 문화 교류의 프런티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엘누라 압둘라예바(우즈베키스탄), 핌 주아시리푹디(태국), 추라이완(말레이시아), 리싱예(중국), 타오준위(중국) 씨. 원대연 기자
“한국은 문화예술에 있어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 문화계에서 ‘한국 유학 1세대’로 뽑힌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오준위·22·중국)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개교 1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장학생을 유치했다. ‘아마(AMA·Art-Major Asian Scholarship)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장학프로그램의 첫 번째 수혜자로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선발된 대학생과 대학졸업생 17명이 지난해 10월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온 후 첫 5개월간 고려대 국제어학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은 이들은 3월 신학기부터 본격적인 전공수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각각 2∼3년의 석사급에 해당하는 전문사 과정이나 학사급에 해당하는 4년의 예술사 과정을 이수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장학금과 생활비로 지원받는 금액은 연 1800만 원. ‘아시아의 예술 기대주’들을 17일 만났다.

“제가 다니던 말레이시아 예술대학이 홍콩대와 교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애당초 홍콩으로 가려 했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겨 망설였죠. 어릴 때부터 홍콩 영화 등에 친숙했고 학교에서도 교류가 많았지만, 새로 떠오르는 한국문화를 체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예술사 과정의 왕량후이(23·말레이시아) 씨의 말.

방송영상과 예술사 과정의 타오준위 씨는 “내가 다닌 베이징뎬잉(北京電映)대에서만 40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바람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도 이들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이끈 중요한 계기가 됐다.

“‘겨울연가’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가 너무 낭만적이에요. 여자라면 누구나 끌릴 수밖에 없죠.”(추라이완·24·말레이시아·성악과 예술사 과정)

“중국에서도 인기 1위의 여자 연예인은 단연 한국의 전지현이죠.”(리싱예·16·중국·기악과 예술사 과정)

연극연출과 전문사 과정의 핌 주아시리푹디(23·태국) 씨는 “제 한국 유학 기념으로 온 가족이 영화 ‘올드보이’ DVD를 빌려 보았는데, 부모님들이 ‘치안이 불안한 것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우즈베키스탄 TV에서 1주일 동안이나 저녁 황금시간대를 할애해 한국 특집을 한 일이 있어요. 수험생들이 밤늦도록 아무 문제없이 다니는 걸 보고 한국생활에 대해 안심했죠.”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작곡가 루스탐 압둘라예프의 딸인 엘누라 압둘라예바(19·성악과 예술사 과정)의 얘기다. 그는 또 “외모가 다르다 보니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남자들이 ‘어디서 왔느냐’며 쫓아와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며 “한국인들이 술 좀 덜 마셨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대외교류처장은 “각국의 예술 엘리트들을 졸업생으로 배출해 한국 문화예술 전파자로 만들고 한류를 고급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인 삼영전자의 재정 지원으로 장학금과 생활비를 마련했다며 “한류 붐의 장기적 수혜자가 될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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