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골수기증… 남도 살리고 나도 살렸다” 정대영씨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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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골수조직을 가진 분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아내가 해 준 첫마디는 ‘축하해요, 여보’라는 말이었습니다.”

한 비정규직 철도원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공채시험을 이틀 앞둔 지난달 4일 자신의 골수를 기다리는 백혈병 환자를 위해 기꺼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주인공은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컨테이너와 화차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철도공사 직원 정대영(38·사진) 씨.

3년여 전 본인이 골수기증 신청을 한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가 된 지난해 12월 정 씨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자신과 골수조직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 급하게 수술을 기다린다는 것.

정 씨는 망설임 없이 협회에 전화를 걸어 지난달 4일로 수술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이후 한국철도공사 공채시험이 수술 바로 이틀 뒤인 6일로 잡힌 것.

보통 골수이식 수술 후에는 2, 3일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험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이 때문에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몰라 좀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때 정 씨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사람은 아내 백소영(34) 씨였다.

사실 아내 백 씨는 그가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골수이식 홍보캠페인을 하던 2000년 정 씨에 앞서 골수기증 신청을 했었다.

그런 정 씨에게 최근 행운이 따랐다. 수술 등으로 시험 준비가 부족해 공채시험에는 탈락했지만 특채를 통해 철도공사 정규직원이 된 것이다.

정 씨는 “앞으로도 장기기증을 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수술을 받을 것”이라며 “그동안 받은 사랑을 많은 분들에게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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