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탈선 갈데까지 갔다… 현직교사 학교폭력 실태 폭로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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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초중고교의 절반 정도에 폭력서클 ‘일진회(一陣會)’가 존재하며, 일진회 소속 학생들은 단체 모임을 통해 공개 성행위 등 온갖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현직 교사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J중학교 정세영(鄭世泳·52·사진) 교사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실무자 워크숍’에서 ‘일진회를 알면 학교폭력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단체모임 행사비 수천만 원, 성행위까지”=정 교사는 일진회가 학내 서클이 아닌 조직폭력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진회 회원이 되면 선배들에게서 상명하복식의 예절교육, 폭력교육과 피임법 등을 전수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음란물을 공유한다는 것.

그는 또 각 학교 일진회가 모인 서울지역연합 소속 학생들은 2003년 겨울방학 중 매주 토·일요일에 일명 ‘일락(일일 록카페)’을 개최했으며, 매회 500∼1200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행사장 입장 티켓은 1장에 7000원이었고, 700여 명은 표를 사고도 현장에 가지 못했다는 것.

이를 근거로 그는 서울지역연합 일진회 회원만도 최대 20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남녀 커플이 무대에서 알몸으로 성행위를 흉내 내는 일명 ‘섹스머신’과 맘에 드는 파트너를 골라 돈을 주고 옆자리에 앉혀 접대 받는 이른바 ‘노예팅’이라는 것.

정 교사는 “2000, 2001년 성신여대 입구의 M카페에서 열린 ‘일락’ 행사에서는 실제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계 누락 많아=정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이 학교폭력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있다”면서 “서울 시내 초중고교 1200여 개 학교 중 600여 개 학교에서 일진회가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사는 “2002년 3월부터 5월까지 서울시내 5개 초등학교 출신 551명이 관련된 일진회 조직을 적발했지만 파문을 우려한 교육청 등이 개입해 조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의 대안으로 일진회 실태 파악을 위해 일선학교와 교육청의 수직적이고 단선적인 조사 체계 외에 2, 3개 학교를 묶거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연계한 혼합형 생활지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정 교사는 2002년 초 당시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이 일진회 선배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을 조사하다 일진회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후 학생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정 교사가 일진회와 관련한 주장을 많이 해 사실 확인을 위해 교육청 등이 조사했으나 근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또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면서 “이날 경찰청에서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도 “일진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이처럼 나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일진회는 어떤 단체▼

10여 년 전 일본에서 유래해 국내에 전파됐다.

초기에는 ‘싸움 잘하는 불량학생’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공부도 싸움도 잘하는 학생들이 회원으로 많이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회 멤버는 이른바 ‘짱’과 ‘진’으로 구성된다. 싸움을 잘하는 학생이라는 뜻의 쌈짱, 잘나가는 아이들이라는 의미의 진은 1진, 2진, 3진 등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다.

통상 중학생이 초등학교 후배들을 상대로 회원을 모집한다. 선배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후배들을 눈여겨봤다가 5학년 때 1차 선발하며 중학생이 되면 신고식을 거쳐 정식 멤버로 가입시킨다.

회원이 탈퇴하면 보복 폭행 등을 당하기 때문에 한번 가입하면 고교 때까지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사는 학교 폭력사건 대부분이 일진회 간 세력 다툼 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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