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방 첫 여성총경 대구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 설용숙

  • 입력 2005년 2월 14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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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섬세함과 봉사정신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경찰이 아닐까요. 사이버 범죄 대처능력과 정보통신 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지원하는 고학력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지방에 근무하는 여성경찰관 가운데 총경으로 처음 승진한 설용숙(薛溶淑·47) 대구지방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 여성총경은 김강자(金康子)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에 이어 다섯 번째지만 ‘지방 1호’를 기록했다.

그는 14일 “경찰 업무가 몸에 딱 맞는 옷처럼 나에게 너무 잘 어울려 단 한번도 경찰관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총경으로 승진한 후 최근 대구경찰청 정보통신 부문 책임자가 된 그는 “경찰서장으로 일하는 기회를 꼭 갖고 싶다”며 “경찰을 희망하는 여성은 도전정신과 프로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7년 고교졸업 후 재수를 하던 중 우연히 제복을 입은 여경의 모습으로 보고 매력을 느꼈다”며 “곧바로 순경 공채시험에 응시한 뒤 합격해 경찰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의 총경 승진은 21살 때 순경으로 시작한 이후 26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면서 거둔 결실로 풀이된다.

대구경찰청 민원실장, 방범지도계장, 보안계장 등을 거친 그는 승진시험 때마다 합격해 여성 동기생(80명) 중 늘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태권도와 유도 고단자인 그는 사격 실력도 수준급으로 1980년대에는 경찰청 사격선수로 뽑혀 전국 규모의 사격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털털한 성격 때문에 따르는 후배 여직원들이 많은 그의 별명은 ‘꽃돼지’.

술좌석에서는 동료들이 권하는 폭탄주도 사양하지 않는다. 그는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며 “경찰관은 모름지기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후배 여직원들이 험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거나 남성들에게 미루지 말았으면 해요. 최근 고된 형사직 등을 지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만큼 ‘여성경찰관에게는 내근이 어울린다’는 선입견도 차츰 바뀔 것입니다.”

설 총경은 “경북 김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49)이 총경 승진자 발표 전 ‘집사람이 큰일을 할 기회를 달라’며 사찰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며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큰 딸(23)도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활짝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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