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재측정 요구 거부한 경찰에 배상책임

  • 입력 2005년 2월 11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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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재 측정 요구를 경찰이 묵살하는 바람에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운전면허를 잃고 범죄자가 된 전직 버스기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이성룡·李性龍)는 도모 씨(37)가 낸 소송에서 4일 "원고가 음주 측정을 다시 해달라는 요구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그냥 묵살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가 16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속버스 운전사였던 도 씨는 2000년 1월 강간 사건에 휘말려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양주 5잔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했다가 운전면허를 취소당했다. 강간 혐의는 무혐의로 처리됐지만 경찰이 도 씨의 진술을 토대로 양주 1잔을 50㎖로 계산해 운전 당시 도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142%로 산출해낸 것.

도 씨는 며칠 뒤 양주잔 용량이 30㎖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경찰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다시 산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이후 도 씨는 면허를 되살리기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중 생계수단을 찾지 못해 남의 지갑과 신용카드를 훔쳐 썼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행정소송을 맡은 법원은 "양주 1잔의 용량을 30㎖로 계산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56%로 면허정지 사유밖에 안 된다"며 운전면허를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도 씨는 교도소에 갇힌 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은 이혼까지 요구했다. 도 씨는 남은 아이들 생계를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이 도 씨가 술을 마신 주점의 양주잔을 구해서 직접 측정해보는 간단한 시도도 하지 않고 도 씨의 요구를 묵살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고가 생계를 잃어 정신적 고통을 당했으므로 국가가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음주운전을 한 도 씨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어 국가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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