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구타 못이겨 자살

  • 입력 2005년 2월 10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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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인분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대대적인 군내 인권개선 대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등병이 구타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모 부대 소속 강모 이병(21)이 선임병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뒤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육군이 10일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강 이병은 5일 부대 위병소 근무 중 김모 상병으로부터 동작이 느리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정강이와 머리를 얻어맞은 뒤 부대 보일러실에서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일 숨졌다.

육군 조사결과 숨진 강 이병의 주머니에서는 '군대 폭행이 아직 존재하고 욕설과 가혹행위가 여전하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이 발견됐다. 육군은 보름 전 부대에 갓 전입한 강 이병이 구타를 당한 뒤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김 모 상병을 폭행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강 이병의 시신에 가혹행위 흔적이 있고 수첩에 적힌 글씨가 강 이병의 필적과 다르다며 타살의혹을 제기해 군 당국은 보강수사와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에 강 이병의 수첩에 대한 필적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숨진 강 이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국가유공자로 6개월 공익근무만 하면 병역을 마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현역으로 자원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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