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가 외면한 ‘殺身’ 여대생 “의사자로 인정” 판결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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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같은 동아리 남학생을 구하려고 다가가다 자신도 물에 빠져 사망한 여대생이 뒤늦게 법원에서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받았다.

주인공은 단국대 2학년 정보컴퓨터학부에 재학 중이던 최영애 씨(사망 당시 20세).

최 씨는 2003년 6월 같은 대학 검도부 동아리 회원 15명과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함께 갔던 한 남학생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최 씨는 그 남학생을 구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나 중간쯤 가서 최 씨도 갑자기 바닥이 움푹 패여 수심이 깊은 곳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동아리 회원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최 씨는 의식을 잃었고 5일 후 사망했다.

시골에서 어렵게 딸을 대학까지 보냈던 최 씨의 아버지는 정부에 최 씨를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2003년 9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숨진 게 아니라 다가가다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같은 동아리 회원으로서 기대될 수 있는 행위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한기택·韓騎澤)는 지난해 1월에 있었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의사자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를 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최 씨를 의사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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